칼럼 · 에세이

뉴스이야기

[어머니 장례비를 어머니 통장에서 꺼내쓰면 죄가 될까요?]

2026-09-15

앞으로 사망신고 다음 날부터 고인 명의의 예금 인출과 대출, 신용카드 결제 등 금융거래가 즉시 차단된다.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은 6일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신속차단 시스템'을 오는 11일부터 전면 가동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회사가 사망자의 금융거래를 제한하기까지 최대 2개월가량 걸리는 사각지대가 있었지만, 사망자 정보가 전 금융권에 매일 공유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구독자님들 안녕하신지요.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닥치는 일이고, 그때는 법을 생각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 있습니다. 그런데 당장 치러야 할 비용이 있습니다.

수중에 돈이 없습니다. 어머니 통장에는 돈이 있습니다. 비밀번호도 압니다.

 

그 통장에서 돈을 빼면, 어떻게 될까요.

「설마 그게 범죄가 되겠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제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돌아가신 어머니 계좌에서 705만 원을 자기 계좌로 옮겼습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와 <횡령죄>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다른 사람은 사망한 형의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대출 3,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2018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5년 동안, 국내 17개 은행에서 사망자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1,065건, 실행된 대출이 49건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1. 두 달간의 창


지금까지는 「두 달의 창(窓)」이 열려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망하면 구청에 사망신고를 합니다. 그런데 그 정보가 은행에 전달되기까지, 지금까지는 한 달에 한 번만 공유되었습니다.

결국 금융회사가 사망 사실을 실제로 아는 데 최장 두 달이 걸렸던 것이지요

 

그 두 달 동안 통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 있습니다. 카드도 긁히고, 이체도 되고, 심지어 비대면 대출까지 나갑니다.

 

그러니 유족 입장에서는 이렇게 느낍니다. 「막아 놓지도 않았잖아. 그러면 써도 되는 것 아닌가.」

바로 이 지점이 위험합니다.

 

은행이 막지 않았다는 것과, 그것을 써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6년 9월 11일부터, 그 창이 닫힙니다.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이 시스템을 연결했습니다. 이제 사망신고를 하면 그 다음 날부터 거래가 자동으로 차단됩니다.

 

은행·보험·카드·증권·저축은행·상호금융까지 4,890개 금융회사가 모두 참여합니다. 예금 인출, 대출, 카드 결제, 주식 거래가 한꺼번에 멈춥니다.

 

일응 좋은 제도인 것 같습니다. 명의도용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요? 이렇게 생각해보시죠. 유족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장례비는 어떻게 하나요?

 

다행히 치료비·장례비처럼 급한 사정은 증빙서류를 내면 예외적으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해 두었습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2. 사망자 명의로 한 행위의 형사법적 문제점


지금부터는 사망자 명의로 한 행위들을 살펴보고, 그것이 어떤 형사법적 문제를 가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망자 명의로 뭔가를 했다」는 하나의 죄가 아닙니다.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죄명이 달라집니다.

 

행위내용

형사법적 문제점

은행 창구에서 청구서를 써서 인출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 사기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으로 이체

컴퓨터등사용사기

현금카드로 ATM에서 인출

절도 또는 컴퓨터등사용사기

상속재산을 자기 몫 넘게 써 버림

횡령

사망자 명의로 대출

사기 또는 컴퓨터등사용사기

 

 

위에 열거된 행위 중에는 특히 대출이 가장 무겁습니다. 은행을 속인 셈이기 때문이고, 통상 대출액은 규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법정형이 2025년 12월 23일 개정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종전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었는데, 지금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도 마찬가지로 올랐습니다.

 

 

인감증명서를 떼는 것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의외로 많이들 하시는 것이 사망자 명의의 인감증명서 발급입니다. 돌아가신 분 명의로 된 부동산 명의를 옮기거나 예금을 찾으려면 인감증명서가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인감증명법>에는 벌칙 조문이 아예 없습니다. 그러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의 사문서위조죄로 갑니다. 위임장을 사망자 명의로 만들었다면 <사문서위조죄>입니다.

 

여기에 더 조심하실 대목이 있습니다. 인감증명법 제11조 제4항은,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신고인감도 동시에 직권으로 말소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사망신고를 하면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인감도 함께 죽습니다.

 

그러니까 사망자 명의의 인감증명서가 발급되었다는 것은,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이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인출이 끝날 때까지 사망신고를 미룬 것 아니냐」는 질문으로 여러분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을 자기 몫 넘어서 사용한 것도 형사법적인 문제가 됩니다. 자기 몫부분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자기몫을 넘어서 사용하면,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사정이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문제될 것입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친족상도례>라고 해서 형제지간에 발생한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했습니다. 그런데, 이 규정이 2025년 12월 31일 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형을 면제해 주던 조항이 삭제되고,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되었습니다.

 


3. 사망자 명의로 한 행위의 민사법적 문제점


정작 더 무서운 것은 형사처벌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26조를 보겠습니다. <법정단순승인>이라는 제도입니다.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무슨 뜻일까요.

 

돌아가신 분의 통장에서 돈을 빼 쓰는 것은 상속재산을 처분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상속을 온전히 받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 결과는 상속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한정승인(상속받은 적극재산 한도 내에서 채무도 상속받겠다는 의사)도 상속포기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부모님께 빚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빚을 전부 떠안게 됩니다.

 


4. 정상참작 요소


어떤 경우에는 사망자 명의로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든 예처럼, 돌아가신 어머니 장례식 비용을 어머니 계좌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한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었다」는 사정은 법에서 어떻게 다루어질까요. 장례비가 급했다는 사정만으로 무죄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예외 인출 같은 적법한 방법이 있는데도 쓰지 않았다면, 긴급피난이라는 주장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사정이 아무 힘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작동하는 자리가 다를 뿐입니다.

 

첫째,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를 다툴 수 있습니다. 장례비는 결국 상속재산 자체를 위해 쓴 돈입니다. 내 것처럼 가로챌 생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영수증으로 지출처가 증명되면 상당히 강한 주장이 됩니다.

 

둘째, 그리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양형기준에 명문으로 들어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을 보시면, 감경요소 가운데 이런 항목이 있습니다. 「기본적 생계·치료비 등의 목적이 있는 경우」. 즉, 법원이 형을 정할 때 참작하도록 공식 기준에 적혀 있는 것입니다. 장례비나 병원비, 남은 가족의 생계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 문언에 정면으로 얹어서 주장할 수 있습니다.

 


5. 마무리하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하나. 사망신고를 미루지 마십시오. 미루는 것이 오히려 고의를 의심받는 근거가 됩니다.

 

둘. 장례비·병원비가 급하시면 은행에 예외 인출 절차를 문의하십시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십시오. 문의했는데 거절당했거나 시간이 걸렸다면, 그 기록이 나중에 가장 든든한 자료가 됩니다.

 

셋. 이미 인출하셨다면 영수증을 모으십시오. 인출한 금액과 실제 지출한 곳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넷. 다른 상속인들과 먼저 이야기하십시오. 사전에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가 죄의 성립 자체를 바꿉니다.

 

다섯. 그리고 무엇보다, 고인의 빚부터 확인하십시오.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통장에 손을 대는 순간 그 길이 막힐 수 있습니다.

 

법은 「몰랐다」는 말을 잘 받아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은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힘을 발휘합니다. 그 자리를 아는 것이 변호인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가족을 떠나보낸 직후는 누구도 냉정하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내린 결정 하나가 형사사건이 되고,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혹시 이미 그런 일을 겪고 계시다면, 혼자 판단하지 마시고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진심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 금융 분야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법무법인 진심파트너스 | 대표변호사 박기태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8c1aade9e80acc357bae918a6c4f1a8a_1789447420_6302.png
https://blog.naver.com/jinsim0801/224404776148

 

담당변호사

상담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