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야기
[AI가 운전하는 세상, 사고 나면 누가 감옥에 가나요?]
2026-09-11
[칼럼]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책임에 관한 논문 & 관련 뉴스 평석
(참고문헌 : 송문호, "AI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책임과 형사제재", 인권과정의, Vol. 534, 2025.)
자율주행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전대의 손을 놓고(Level 3) 딴짓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넘어, 아예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Level 4 이상)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은 기술의 속도를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운전자가 없는 AI 자율주행차가 사망 사고를 낸다면,
과연 누구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AI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오늘은 이 난해한 주제에 대해 유의미한 통찰을 제시한 송문호 교수의 논문 [AI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책임과 형사제재(2025)], 그리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율주행차 산업 관련 뉴스 보도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법률적 견해를 덧붙여보고자 합니다.
1. 한국의 법적 공백: 독일·일본은 뛰는데 우리는 걷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Level 3(조건부 자동화)에 대한 법규는 갖추었지만,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는 Level 4 이상의 자율주행에 대한 법적 규제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반면, 자동차 산업의 경쟁국인 독일(2021년)과 일본(2022년)은 이미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Level 4 이상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법적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특정 자동운행'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책임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임시 운행 허가 수준의 행정 규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뼈아픈 지적입니다.
2.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 민사책임의 한계
현재 학계와 실무의 주류 논의는 자율주행 사고를 보험이나 제조물책임(PL)과 같은 민사적 해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즉, 사고가 나면 제조사나 보험사가 돈으로 배상하라는 것이죠.
하지만 저자는 해당 논문에서 날카로운 지적을 합니다.
만약 민사 해결에만 의존한다면, 기업들이 "사고 배상 비용이 안전 관리 비용보다 싸다"고 판단하여 위험을 감수하는(Cost-Benefit Analysis)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변호사로서 기업 자문을 수행하다 보면 실제로 이러한 경제적 논리가 안전 논리를 압도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따라서 금전적 배상을 넘어선 강력한 제재 수단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합니다.
3. 'AI 블랙박스'와 형사처벌의 딜레마
문제는 형사 처벌입니다.
형법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행위'와 '책임(비난 가능성)'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딥러닝 기반의 AI(블랙박스화 된 AI)가 사고를 냈을 때, 이를 제조사의 의도된 범죄나 과실로 입증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독일이나 일본조차도 사고 발생 시 형사법 영역에서는 책임 소재의 공백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AI에게 수갑을 채울 수도 없고, 예측 불가능한 AI의 행동에 대해 개발자를 처벌하기도 애매한 '책임의 공백' 상태인 것입니다.
4. 해법: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
해당 논문의 백미는 바로 여기서 등장합니다.
저자는 전통적인 형벌(징역, 벌금) 대신 보안처분(Security Measures)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보안처분이란, 간단히 말해 범죄자의 '위험성'을 제거하여 사회를 보호하는 조치입니다(예: 치료감호, 전자발찌 등). 저자는 AI 자율주행차를 '고위험 AI'로 규정하고, 사고 발생 시 다음과 같은 보안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운행 정지 명령: 문제가 된 개별 AI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강제로 금지
✔ 데이터 강제 공개: 기업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명확하게 우월한 공익(안전)을 위해서는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수사기관에 공개하도록 강제
이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처벌"보다는 "미래의 위험 방지"에 초점을 맞춘 접근으로 보입니다.
5. 평석: 기술 시대의 형법,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당 논문은, "고전적 형법 이론의 한계를 인정하고 실용적인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형법 체계상 법인이 아닌 AI 자체에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요원합니다. 그렇다고 인명 사고를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 '보안처분'의 법리를 AI라는 사물(또는 피지컬 AI)에 적용하자는 제안은 법리적으로 파격적이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보입니다.
특히,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벌금 몇 푼이 아니라 '사업의 중단(운행 정지)'과 '핵심 기술의 공개'입니다. 저자가 제안한 보안처분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성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억지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5. 결론
AI 자율주행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피지컬 AI'입니다. 이에 대한 법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관련 뉴스 보도 내용과 같이 정부 또한 2027년까지 ‘자율주행 레벨4’ 상용화 목표를 천명(闡明)하면서도, 막상 자율주행차 사고 시 책임소재나 보험 적용 등의 법과 제도 마련은 여전히 답보(踏步) 상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뿐만 아니라 입법부에서도 저자의 제안처럼 '보안처분'을 포함한 새로운 제재 수단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앞서 나가는 시대, 강력한 보안처분 도입은 미래의 위험을 통제하는 실효성 있는 수단” |
※ 본 글은 아래 제공된 논문 및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법률 상담이나 공식적인 법적 효력을 갖는 의견서는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송문호, "AI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책임과 형사제재", 인권과정의, Vol. 534, 2025.
• 이코노뉴스, “국토교통부,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 Lv.4 수준 확대 방안 의결”, 2025.11.27.
• 디지털타임스, "자율주행차 현주소…2년뒤 상용화 목표, 사고시 책임 논란도",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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