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시장
['스캘핑' 매매, 투자 or 범죄?]
2026-09-08
“스캘핑 매매,
어디까지가 투자이고 어디부터 범죄인가”
■ 사례로 접하는 자본시장법 이야기
요즘 유튜브나 증권방송에서,
“이 종목 곧 갑니다”, “지금 안 사면 늦어요”
이런 말, 한 번쯤 들어보셨죠?
그런데 만약, 그 말을 한 사람이 이미 그 주식을 사두고 있었다면?
오늘은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스캘핑 매매’가 어떠한 경우에 법에 저촉되는지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스캘핑’의 의미
주식시장에서 ‘스캘핑(scalping)’이라는 용어는 원래 초단타 매매 기법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법원이 문제 삼은 스캘핑은 우리가 흔히 아는 단타매매와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 종목 추천 전에 미리 매수
✔ 추천 사실은 알리지 않음
✔ 추천 직후 오른 가격에 매도
즉, 이 사건에서 스캘핑은 위와 같은 구조로 투자자문업자 또는 방송 출연자가 종목을 추천하기 전에 미리 주식을 매수한 뒤 추천 직후 상승한 가격에 매도하는, 이른바 선행매매 행위를 의미합니다.
2. 사건의 발생
실제 사건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피고인 A는 주식 투자 관련 서적 출판, 증권 관련 매체에서의 방송 진행 등 증권업계에서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자로서, 어느 날 모 증권방송에 출연해 특정 종목을 유망주(매출 성장+경쟁력+저평가)로 소개하였습니다.
문제는, 그가 이미 방송 전에 해당 종목을 차명계좌로 매수한 상태였고, 이 사실을 시청자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A는 방송 직후, 그리고 다음날 자신이 미리 매수한 주식을 전량 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했고, 검사는 이러한 행위가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부정한 수단·계획·기교) 및 동조 제2항(위계 이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기소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A가 미리 사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하였고, 방송을 신뢰한 일반투자자들이 매수하려는 시기에 자신은 방송 내용과는 달리 오히려 선행매수물량을 매도함으로써 기망적 행위를 한바, 이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의 <부정한 수단·계획·기교 행위> 및 동조 제2항의 <위계 이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 ① 투자자문업자의 종목 추천은 투자자에게 객관적·중립적 판단에 기초한 의견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는 점, ② 추천 이전에 해당 종목을 매수한 사실은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인 점, ③ 선행매수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추천한 경우 상대방에게 개인적인 이해관계 없이 객관적 동기에서 해당 종목을 추천한다는 오해를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이 주요 판단 논거입니다.
4. 평석
대법원은 『 ‘위계’란 거래 상대방이나 불특정 투자자를 기망하여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유인할 목적의 수단, 계획, 기교 등을 말하고, ‘기망’이란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의 허위사실을 내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을 속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도6411 판결)
이에 따르면,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 사실을 내세우거나, 거래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응 ‘위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며,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선행매수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행위 자체를 ‘묵시적 기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A로부터 종목을 추천받은 일반투자자의 입장에서, 만약 A가 이미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추천 직후 매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해당 추천을 믿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NO!“인 만큼, 이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다만, 이 판결에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법원은 A의 행위가 <위계 이용행위>뿐 아니라, 포괄적 금지규정인 <부정한 수단·계획·기교 행위>에도 해당된다고 보았는데, 이 조항은 해석 범위가 매우 넓고, 자칫하면 형벌의 예측 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이미 ‘위계’가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굳이 포괄 규정까지 중첩 적용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한편, 위 사건은 2012년에 있었고,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투자자문업자 등의 선행매매금지 규정’을 개별적으로 두고 있습니다(자본시장법 제98조 제1항 제5호 / 2013. 5. 28. 개정). 따라서 현재는 행위 주체나 태양에 따라 위 처벌규정으로 의율하더라도 자본시장법의 입법취지에 충족하는 유연한 법집행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5. 결론
살펴본 바와 같이, 종목 추천은 의견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할 수 있으나 추천자 본인의 이해관계를 은폐한 추천은 거래 유인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TV·라디오 등 기존 매체는 물론, 현시대 가장 영향력이 크고 보편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한 유튜브, SNS를 통해서도 투자자문업자들로 불리는 소위 전문가들의 특정 종목 추천 행위와 매매기법 소개가 주변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요즘, ‘추천을 하는 자’의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고지의무 및 책임은 더욱 엄격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
그러한 점에서, 이 사건은 다음의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종목 추천은 자유지만, 이해관계를 숨긴 추천은 범죄가 될 수 있다” |
※ 본 글은 『사기적 부정거래 판례(33선) 평석』(박기태 외 5인 공저/법률신문사 2025. 12. 출간)에 수록된 내용을 발췌하여 게재한 것임을 밝힙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