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시장
[M&A 과정에서의 보유지분 은닉과 '사기적 부정거래']
2026-09-08
“M&A ‘뒷주머니’ 챙기려다 징역형?
주식 양도 시 지분 은닉의 최후”
■ 사례로 접하는 자본시장법 이야기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수많은 정보가 오고 갑니다.
그런데 만약 회사를 파는 대주주가, “경영권만 넘기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남은 주식 수량을 몰래 속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과거 벤처 붐 시절 발생했던 <주식 양도 시 보유지분 은닉 사건>을 통해,
자본시장법(구 증권거래법) 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위계’의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1. 사건의 재구성: 그들은 무엇을 꾸몄나?
이 사건은 1999년 IT 벤처 열풍이 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상장사 A사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은 회사의 경영난(자본잠식)을 타개하기 위해 B사 그룹 회장 등(매수인)과 경영권 매각 협상을 벌입니다.
이 과정에서 매수인 측은 피고인에게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우리가 회사를 인수해서 주가를 수십 배 띄우겠다.
당신은 경영권 넘기고 지분 9%만 남겨둬라.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차익을 볼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피고인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주가가 뛸 것이 확실하다면,
9%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가 몰래 팔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겠는데?’
피고인의 실제 지분은 차명주식을 포함해 66.22%였으나, 매수인에게는 “내 지분은 59%에 불과하다”고 속이고, 차액인 약 7.22%를 숨긴 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실제로 주가가 오르자 피고인은 은닉한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약 1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챙겼습니다.
2. 법적 쟁점: “경영권 넘겼으면 그만 아닌가요?”
검찰은 피고인을 구 증권거래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위계 이용행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음과 같이 항변했습니다.
✔ “매수인은 어차피 경영권 확보(50%+1주)만 원했고 그만큼 샀다. 내가 남은 주식을 얼마나 더 가졌는지는 계약의 중요 내용이 아니므로 속인 게 아니다(= 위계가 아니다).”
✔ “나는 주가를 조작해서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려던 게 아니다. 단지 시세차익을 얻으려 했을 뿐이므로 법 위반이 아니다."
과연,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3. 법원의 판단: ”신뢰를 깨뜨린 행위, 명백한 범죄“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피고인의 행위가 구 증권거래법 제 188조의4 제4항 제1호의 <위계 이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① ‘위계’에 해당하는가? ☞ YES
법원은 M&A 계약에서 대주주의 보유지분 내역은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라고 보았습니다.
즉, 신의성실의 원칙상 매수인에게 지분 관계를 정확히 알릴 의무가 있는데,
만약 피고인이 66%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면 매수인이 같은 조건으로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므로, 이는 기망행위이자 '위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② 주가 조작 목적이 없어도 처벌되는가? ☞ YES
피고인은 '공정한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구 증권거래법 조항은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위계를 쓰는 행위> 자체를 금지할 뿐, 반드시 시세조종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거나 상대방에게 재산상 피해를 입혀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4. 평석과 시사점
“개인 간의 계약에서 정보를 숨긴 행위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할 수 있는가?’”
대법원은 『 ‘위계’란 거래 상대방이나 불특정 투자자를 기망하여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유인할 목적의 수단, 계획, 기교 등을 말하고, ‘기망’이란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의 허위사실을 내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을 속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도6411 판결)
이에 따르면,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 사실을 내세우거나, 거래 신의성실의 원칙상 상대방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응 ‘위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며,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명백한 기망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위도를 가졌으므로 ‘위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피고인의 행위가 시장 시세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는가?”
법원은 법조문 상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라고만 규정할 뿐, ‘공정한 가격 형성’ 목적을 명시적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유가증권 거래와 관련된 모든 사기적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입법취지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이 사건은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전인 구 증권거래법 시절의 판례이지만, 현재의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해석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 시장의 신뢰와 개인 투자자 보호: 자본시장법(구 증권거래법)은 시장의 공익적 법익뿐만 아니라, 증권 거래에 참여하는 개별 투자자의 이익도 함께 보호한다.
✔ ‘부당한 이득’을 향한 의도 그 자체가 불법: 사기적 부정거래는 ‘시세를 조종하려는 목적’이 없더라도, ‘위계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만으로도 성립한다.
다만, 이 사건 ‘부당이득 산정’에 관한 부분은 비판적인 사고로 짚고 넘어가야 요소가 있습니다.
피고인의 ‘위계행위(지분 은닉)’와 ‘주가 상승’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
즉, 피고인이 거래 상대방에게 지분을 숨긴 행위 그 자체가 A사의 주가를 상승시킨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주가 상승은 새로운 경영진의 주가 부양 행위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피고인의 위계행위와 그가 얻은 막대한 시세차익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 차익 전체를 ‘위법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필요합니다. 형사법의 책임주의 원칙상, 위반행위와 무관한 제3자나 시장 요인에 의한 이익까지 피고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신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5. 결론
살펴본 바와 같이, 경영권 양수도나 대주주 지분거래 과정에서 보유지분을 숨긴 행위가 때에 따라서는 자본시장법(구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사건은 겉으로 보면 단순한 주식 거래 분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형사 책임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경영권 거래나 대규모 지분 정리를 앞두고 있다면, 계약서 작성 단계 이전에 형사리스크부터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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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점에서, 이 사건은 다음의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M&A 과정에서의 정보 은닉은 리스크 없는 협상 전략이 아니다” |
※ 본 글은 『사기적 부정거래 판례(33선) 평석』(박기태 외 5인 공저/법률신문사 2025. 12. 출간)에 수록된 내용을 발췌하여 게재한 것임을 밝힙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