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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시장

[저축은행 BIS 비율 조작과 후순위채권의 진실]

2026-09-08

“금융기관의 생존 논리와 투자자 보호의무가 충돌할 때,

법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사례로 접하는 자본시장법 이야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진심파트너스입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를 부린다면 큰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오늘은 모 저축은행이 경영 악화를 숨기기 위해 BIS 비율을 조작하고, 꼼수로 채권을 발행했다가 적발된 사건을 통해 자본시장법 제178조의 <부정거래행위>와 <모집(공모)>의 개념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재구성: 8%를 맞춰라

시간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A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하며 "2010년 연말까지 BIS 비율(자기자본비율)을 8%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합니다.

 

여기서 잠깐, <BIS 비율> 이란?

 

<BIS 비율>은 은행이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A저축은행은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권 발행을 추진합니다.

후순위채권은 회사가 파산할 경우 다른 채권자들보다 돈을 늦게 돌려받는 대신,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아 BIS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죠.

 

문제는, A저축은행의 실제 BIS 비율이 매우 낮았다는 점입니다.

✔ 2009년 6월 기준: 실제 4.87% → 7.11%로 허위 기재

✔ 2009년 12월 기준: 실제 2.73% → 6.15%로 허위 기재


A저축은행은 이렇게 조작된 수치를 투자설명서에 적어 투자자들을 모집했습니다.

심지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피하기 위해 법적으로 '50인 미만'에게만 청약을 권유하는 '사모' 방식을 가장하여, 실제로는 100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상대로 돈을 모으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2. 법적 쟁점과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은 자본시장법상 매우 중요한 쟁점을 담고 있습니다.


1) 거짓된 BIS 비율은 '중요사항'에 해당할까?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2호는 돈을 모으기 위해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 기재를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당시 A저축은행 측은 "BIS 비율은 후순위채권 투자에서 중요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후순위채권은 파산 시 변제 순위가 밀리는 위험한 상품이다. 따라서 은행의 청산 능력과 직결되는 ‘BIS 비율’은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에 해당한다』

 

즉, 투자자가 "이 은행이 망하지 않을까?"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를 속인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것입니다.

 

2) 49명에게만 팔면 '사모'일까? (공모 vs 사모), 그리고 부정거래행위의 성립

자본시장법상 50인 이상의 투자자에게 청약을 권유하면 '모집(공모)'가 되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반면 50인 미만은 '사모'로 분류되어 절차가 간소합니다.

 

A저축은행은 실제로는 100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유해놓고, 청약 금액이 많은 순서대로 49명만 딱 잘라서 채권을 배정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49명이니 '사모'라고 주장한 것이죠.


하지만, 법원은 이를 실질적인 '공모(모집)'로 보았습니다.

『청약 권유의 상대방 수가 50인 이상인 경우에는 당연히 '모집'으로 보아야 하며, 나중에 실제 배정받은 사람이 50인 미만이라 하더라도 최초 권유 대상이 50인을 넘었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모(私募)’를 가장한 ‘공모(公募)’는 자본시장법 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할까?

 

법원은 과대선전 등으로 청약자들 간의 상호 청약금액 경쟁을 유발하는 등의 편법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들이 외형적으로는 ‘사모’발행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모집(공모)’ 형태로 투자자를 모은 것은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에서 금지하는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3. 평석과 시사점

이 사건은 자본시장법이 추구하는 <투자자 보호>와 <공시주의>의 원칙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 형식보다 실질: 겉무늬만 '사모(49인 이하)'를 갖췄더라도, 실제로는 불특정 다수(50인 이상)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면 엄격한 '공모' 규제를 받습니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 핵심정보의 투명성: 금융기관의 건전성 지표(BIS 비율)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투자자의 돈을 지키는 핵심 정보입니다. 이를 속이는 것은 중대한 범죄입니다.

✔ 후순위채권의 성격: 법원은 후순위채권도 원본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으로 명확히 인정하여 자본시장법의 보호 대상임을 확인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전체적으로 타당하나, 이 판결에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를 포괄적 금지규정인 <부정한 수단·계획·기교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았는데, 이 조항은 해석 범위가 매우 넓고, 자칫하면 형벌의 예측 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거짓 선전 행위는 투자자에게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알린 것으로서 위계(속임수)에 의한 부정거래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굳이 포괄 규정을 만연히 적용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자본시장의 건전한 질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사례가 금융 상품을 이해하고, 자본시장법의 취지를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숫자는 속여도, 원칙은 속일 수 없다”

 

※ 본 글은 『사기적 부정거래 판례(33선) 평석』(박기태 외 5인 공저/법률신문사 2025. 12. 출간)에 수록된 내용을 발췌하여 게재한 것임을 밝힙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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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insim0801/224143547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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