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쟁・조세
[부정채용자에 대한 근로계약의 취소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
2026-09-09
[단독] 대법 “SR 부정 채용자 ‘근로계약 취소’ 정당”
금품 수수와 점수 조작으로 수서고속철도(SR)에 입사한 근로자들에 대한 회사의 근로계약 취소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청탁 전에 이미 합격권 점수를 받았던 근로자를 제외한 부정행위자 전원에 대해 근로계약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1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 7월 3일 SR이 근로자 A 씨 등 9명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2025. 7. 3. 채용절차와 관련하여 민법 제109조에 따른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근거로 하여 부정채용자에 대한 근로계약의 취소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하에서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사이에 공개채용절차를 진행하였는데, 국토교통부의 특별점검 및 수사기관에서의 수사를 통하여 23명에 대한 부정채용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구체적인 부정채용행위의 양태로는 ① 원고의 노조위원장에게 채용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경우(피고 B, E, G, I, J), ② 원고의 대표이사에게 청탁하여 원고의 인사노무팀장으로 하여금 자기소개서의 형식과 내용을 수정하도록 한 후 해당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여 평가를 받은 경우(피고 C), ③ 면접점수를 합격 기준에 맞게 수정한 경우(피고 D), ④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포함된 상위 합격자를 임의로 삭제하여 불합격자를 서류전형에 합격시킨 경우(피고 F), ⑤ 지원자의 부친이 원고의 영업본부장에게 전화로 연락하여 ‘잘 챙겨달라.’고 부탁한 경우(피고 H) 등이 있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직권면직처분을 하였으나, 관련 행정소송에서 직권면직처분이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취소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착오를 이유로 하여 피고들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취소를 통지함과 함께 근로자지위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주요쟁점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
-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5다210741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25. 1. 24. 선고 2022나2052707 판결
가. 주요쟁점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으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합니다(민법 제109조 제1항).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근로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법적 성질은 사법상 계약이므로, 이 사건 각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원고로서는 민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라는 전제하에서 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내용에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사람들에 한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라는 것이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지, ② 피고들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③ 원고는 ‘피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라는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④ 원고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는지, ⑤ 원고의 착오가 원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인지를 순차 판단하였습니다.
나. 법원의 판단
(1)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는지
법원은 ▲ 이 사건 각 근로계약에는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된 사람들에 한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라는 것이 그 내용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하였고, ▲ 설령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는 것’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원고의 동기가 표시되어 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피고들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법원은 ▲ ⅰ) 이 사건 채용절차에서 ‘부정행위’란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채용에 관한 일체의 부정행위를 통틀어 지칭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합격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어도 부정행위에 해당하고, ⅱ) 지원자가 직접 부정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그 부정행위가 지원자 또는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의 직접적인 혹은 제3자를 통한 촉발, 유인 등으로 말미암아 비롯된 것이라면 부정행위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고, ▲ 그와 같은 전제하에서 피고들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원고가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지
법원은 ▲ 원고가 피고들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 채 피고들을 최종합격자로 선발하고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으므로, ▲ 원고가 ‘피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라는 착오에 빠져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원고의 착오가 중요 부분의 착오인지
법원은 ▲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인 ‘원고의 착오가 없었더라면 근로계약 체결을 위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인지 여부는 ‘피고들의 부정행위로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고, ▲ ‘피고들의 부정행위’와 ‘원고의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법원은 ▲ 피고 B, E, G, I, J의 부정행위(원고의 노조위원장에 대한 금품교부)에 있어서 그 내용과 정도의 심각성에 비추어 원고가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고, ▲ 피고 C, D, F의 부정행위(청탁)에 있어서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 정도’의 중대성에 비추어 원고가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피고 H의 부정행위(청탁)에 있어서 그 내용과 정도가 심각하다고 볼 수 없고,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친 정도’가 중대하다고 볼 수 없는 점에서 원고가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피고 H의 부친은 원고의 영업본부장에게 전화로 ‘잘 챙겨달라’고 청탁하였을 뿐이고, 피고 H는 처음부터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점수나 순위가 조작된 사실이 없었습니다].
(5)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법원은 ▲ 원고는 채용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 채용과정에서 원고의 직원인 대표이사, 인사담당자 혹은 채용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으나, 원고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부정행위를 알 수 있었음에도 방치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 원고가 그 소속 직원의 범죄행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였다는 점만으로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다.’라는 원고의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시사점
당해 판결은 채용절차와 관련하여 민법 제109조에 따른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취소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적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따라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 기지급한 임금의 반환을 구하기는 어려우나, ▲ 근로기준법 및 취업규칙 상의 해고 절차가 적용되지 않아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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