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쟁・조세
[이사 보수한도 결의에 관한 대법원 판결]
2026-09-09
‘이사 보수한도 승인’은 주주총회 시즌마다 회사의 경영진과 주주들 사이에서 민감하게 다뤄지는 안건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이사의 보수액을 정하는 문제를 넘어 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측정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핵심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를 정관이나 주주총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사가 스스로 자신의 보수를 결정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자기거래’의 폐해를 방지하고 기업의 자산이 부당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강행규정입니다.
회사의 대주주가 경영진인 이사를 겸하는 경우 대주주이자 경영진인 이사와 소수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갈등 상황에서의 실무적 혼란을 잠재울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다219931 판결). 이하에서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발단 : 24% 소수주주가 76% 대주주의 발목을 잡다.
환경시설투자기업인 A사에는 24% 지분(2,400주)을 보유한 소수주주 甲과 76% 지분(7,400주)을 보유한 대주주 乙만이 있었고, 대주주 乙이 A사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었습니다. A사는 2024. 3.경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乙은 본인의 보수한도(4억 5,000만 원)를 정하는 안건에 대하여 본인의 지분 76%를 사용하여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그러자 소수주주인 甲은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乙이 특별이해관계인으로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의결권을 행사한 위법이 있다며 소를 제기하였고, 하급심 법원은 甲의 주위적 청구(결의부존재)를 기각하였으나, 예비적 청구(결의취소)는 인용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7. 선고 2024가합7052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0. 30. 선고 2025나206327 판결).
2. 대법원 판결의 핵심 법리 (1) : ‘특별이해관계인’의 원칙과 ‘특별한 사정’이라는 예외
대법원은 “이사 보수한도를 정하는 안건에 대하여 당사자인 주주 겸 이사는 ‘특별관계인’에 해당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는 기존 판례(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5다210138 판결)의 입장을 재확인하였습니다. 전체 이사의 보수한도를 정하는 주주총회 결의라고 하더라도, 보수한도의 증액이 각 이사가 지급받을 개별적인 보수의 증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이해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에 ‘주주 전원이 이사를 겸하는 경우에는 이사 보수한도를 정하는 결의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냐.’라는 실무적인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는데, 대법원은 기계적인 법 적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실무적 교착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예외도 명시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상법 제388조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보수에 관하여 결의할 때에 주주 전원이 이사라거나 특별이해관계 있는 자를 제외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인 동시에 이사인 자는 특별한 이해관계 있는 자로서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라고 판시함으로써 기존에 제기된 실무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였습니다.
3. 대법원 판결의 핵심 법리 (2) : 의결정족수 계산 시 발행주식총수에서의 제외
상법 제368조 제1항은 주주총회의 결의를 원칙적으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여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의 수를 발행주식총수에서 제외하는 않을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라는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이때 특별이해관계 있는 주주가 가진 주식의 의결권 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수에 산입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상법 제371조 제2항) 상법 제368조 제1항의 정족수 계산의 기초가 되는 ‘발행주식의 총수’에도 산입되지 아니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함으로써 명확한 법리를 확립하였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 문제된 A사의 사례에 대입해 보면,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乙이 가진 7,600주를 제외하면 발행주식총수는 10,000주가 아니라 2,400주가 되고, 소수주주인 甲이 가진 2,400주만으로도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가 가볍게 충족됩니다.
4. 시사점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사의 보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수주주에게 강력한 거부권을 부여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제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지분율의 우위만으로 이사의 보수를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앞으로 회사는 보수 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소수주주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야 합니다.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법적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전문가의 정교한 조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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