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쟁・조세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와 가처분]
2026-09-09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와 가처분
— 삼성전자 소액주주연대의 가처분 신청 사례를 중심으로 —
1. 들어가며 — 삼성전자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사건
지난 6월 10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에 착수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액트에는 삼성전자 주주 1만 4,721명이 참여하여 약 1조 6,000억 원 규모의 주주 인증을 마친 상태이며, 주주명부를 확보하는 즉시 1만 명 이상의 주주들에게 우편물을 발송하여 "영업이익 N%" 성과급 협약에 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SBS 뉴스, 2026. 6. 10.)
주목할 부분은 가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입니다. 액트는 5월 20일 최초로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한 이후 6월 3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교부를 재차 청구하였으나, 회사가 수신을 확인하고도 어떠한 회신도 하지 않자 "상법상 영업시간 내 상시 비치되어야 할 주주명부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었다"며 법적 조치에 나섰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회사의 무응답·지연 대응이 곧바로 가처분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는 주주제안, 위임장 권유, 주주대표소송 권유, 집단적 주주운동 등 모든 조직적 주주권 행사의 출발점입니다. 경영권 분쟁과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진 오늘날, 회사와 주주 어느 쪽에서든 반드시 정확히 알아두어야 할 제도이므로, 이하에서 상법상 근거와 법리, 청구 요건, 대표 판례를 정리합니다.
2. 상법상 근거 — 제396조
상법 제396조 제1항은 이사에게 정관, 주주총회 의사록을 본점과 지점에, 주주명부와 사채원부를 본점에 비치할 의무를 부과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주주와 회사채권자는 영업시간 내에 언제든지 위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명의개서대리인을 둔 때에는 주주명부를 명의개서대리인의 영업소에 비치할 수 있습니다(제1항 단서). 전자주주명부를 작성한 회사의 주주는 전자문서에 의한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52조의2, 시행령 제11조).
상장회사의 경우 종래 자본시장법상 실질주주명부가 열람·등사의 대상이 되는지가 다투어졌으나, 대법원은 상법 제396조 제2항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실질주주명부에 대한 열람·등사청구권을 긍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5다235841 판결). 2019년 전자증권제도 시행 이후에는 실질주주명부 제도가 폐지되고 회사가 전자등록기관의 소유자명세를 기초로 주주명부를 작성·비치하게 되었으므로(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제37조), 현재는 그 주주명부가 열람·등사의 대상이 됩니다. 삼성전자 사건에서 액트가 확보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3. 법리와 청구 요건
가. 청구권자와 요건 — 단독주주권
주주명부 열람·등사청구권은 지분요건이 없는 단독주주권입니다. 단 1주를 보유한 주주도, 나아가 회사채권자도 행사할 수 있으며, 보유기간 요건도 없습니다. 이 점에서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상장회사는 6개월 계속 보유 + 0.1% 또는 0.05%, 상법 제542조의6 제4항)의 지분과 "이유를 붙인 서면"을 요구하는 회계장부 열람·등사청구권(상법 제466조)과 뚜렷이 구별됩니다. 청구의 이유를 기재할 법률상 의무도 없습니다. 주주명부는 주주 공동의 기초 정보로서 회계장부보다 훨씬 낮은 문턱으로 접근이 보장되는 것입니다.
나. 회사의 거부 가능성 — 정당한 목적과 증명책임
명문의 거부 사유 규정은 없으나, 대법원은 회사가 청구의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함을 주장·증명하는 경우에는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97. 3. 19.자 97그7 결정). 다만 그 구조가 중요합니다. 회사는 청구에 정당한 목적이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고, 정당한 목적이 없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회사가 부담합니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다37193 판결). 즉 주주가 목적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목적의 부당성을 증명하여야 하는 구조입니다. 실무상 주주권 행사와 무관하게 오로지 회사를 괴롭히거나 명부상 정보를 영업 목적으로 유용하려는 경우 등 예외적인 사안이 아닌 한, 회사 입장에서는 주주명부의 열람 등사 청구를 외면하기가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다. 가처분에 의한 실현
회사가 청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주주는 본안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실무상으로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이 압도적으로 활용됩니다. 주주명부는 주주총회 소집, 위임장 권유 등 시기가 결정적인 국면에서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본안 확정을 기다려서는 권리 실현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열람·등사 가처분은 인용되면 사실상 본안 승소와 동일한 결과를 얻는 만족적 가처분이므로, 법원은 피보전권리(상법 제396조 제2항의 열람·등사청구권)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통상의 가처분보다 높은 정도의 소명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주주명부 가처분은 대상이 정형적이고 회사의 부당 목적 증명이 쉽지 않아, 회계장부 가처분에 비하여 인용률이 높은 편입니다. 신청 시에는 열람·등사의 대상(기준일, 기재사항의 범위), 방법, 이행 기간을 특정하고, 간접강제를 함께 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 대표 판례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5다235841 판결
시민단체인 주주가 이사들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을 다른 주주들에게 권유하기 위하여 실질주주명부의 열람·등사를 청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자본시장법상 실질주주도 상법 제396조 제2항의 유추적용에 따라 예탁결제원에 예탁된 상장주식 등에 관하여 작성되는 실질주주명부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이는 주주가 주주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함께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다른 주주들에게 주주대표소송을 권유하기 위한 열람·등사 청구는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워 목적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집단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명부 확보가 정당한 목적임을 확인한 것입니다.
셋째, 다만 열람·등사가 허용되는 범위에는 한계를 두어, 실질주주의 전자우편주소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한 원심 부분은 파기하고 해당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열람의 범위는 주주명부의 법정 기재사항(성명·주소, 주식의 종류와 수 등)에 준하는 사항에 그친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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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insim0801/224351857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