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시장
[『Too Big To Fail』과 함께하는 금융법 산책(11)]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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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서는 파산위기에 빠진 리먼을 구제하기 위해 연준(버냉키), 재무부(폴슨), 뉴욕 연방준비은행(가이트너)가 미국의 주요 상업은행 및 투자은행 CEO를 모이게 한 다음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리먼을 인수할 때, 자금지원을 위해 각자 일정한 금원의 자금을 갹출하도록 유도하였던 장면을 보여드렸습니다.
그 때,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은 1907년 미국 금융위기에서 미국을 구한 JP모건과 같은 역할을 떠맡기로 했고, 그 뒤를 이어 다른 은행 CEO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하기로 하였지요
만약 그 때, 바클레이스가 리먼을 인수하는게 성공했다면, 지금 우리는 미국 유수 투자은행 리먼의 이름을 계속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리먼의 금융부실이 영국으로 이전할 것을 두려워한 영국 당국이 바클레이스와 리먼의 합병을 거부하면서 리먼은 결국 파산의 길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결국 파산으로 가게된 리먼의 마지막 모습과 관련된 금융이슈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은 파산
리먼의 CFO 이언 로윗은 연준이 <할인 융자> 한도를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렇게 되면 리먼과 같은 브로커-딜러가 자산(악성 부동산 자산을 포함해)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었다. ………………………………………………………………………………………. 폴슨은 연준이 남아 있는 브로커-딜러들을 위해 할인융자 한도를 늘리더라도 리먼에 그 기회가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킨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바클레이스의 리먼 인수 실패와 리먼 파산
2008년 9월,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 월스트리트는 역사상 가장 긴박한 주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미국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미 재무부가 내린 결단들은 오늘날까지도 자본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연준과 미 재무부는 파산 위기에 처한 리먼 브러더스를 구제하기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영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Barclays)>에게 리먼을 매각하여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각 딜은 최종 단계에서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영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해당 인수 거래를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리먼의 거대한 부실 자산 리스크가 영국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구제금융에 단호히 선을 긋고 있던 미 재무부와 연준은 바클레이스로의 매각마저 실패하자, 결국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챕터 11 파산 보호 신청)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한때 월가를 호령하던 거대 투자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리먼 파산을 대비한 조치 : 회전신용장치(RCF)와 신용위험 방어
리먼의 파산이 공식화될 경우, 그 충격이 다른 투자은행으로 번져나가는 <연쇄 도산(Contagion Effect)>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리먼과 같은 투자은행(IB)들은 상업은행과 달리 예금 수신 기능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매일 밤 단기 환매조건부채권(Repo) 시장이나 기업어음(CP) 시장에서 자금을 차환(Roll-over)하여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도매자금 조달(Wholesale Funding)' 구조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즉각적인 유동성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좀 어렵나요? 쉽게 설명해 드리죠
일단 리먼은 투자은행이기 때문에 상업은행처럼 일반 예금을 수신할 수 없었습니다. 상업은행은 일반인들로부터 예금을 수신해서 그 돈으로 대여도 하고, 투자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투자은행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까요? 가장 큰 부분은 보유하고 있는 MBS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환매조건부채권 시장에서 1일짜리 만기로 대출을 받은 뒤, 매일마다 이를 차환(rollover)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금융통방식에서 문제의 발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결국 제공된 담보가치가 하락하여. 대주가 더 이상 차환을 허용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이겠지요. 즉, 리먼이 담보로 제공하였던 MBS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거래가 되지 않아 가치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차환이 거부되면서 신용경색이 온 것이지요
그리고 두번째는 리먼이 스스로 CP(기업어음)이나 회사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흡수한 뒤, 이를 차환(rollover)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금융통방식에서 문제의 발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요? CP나 회사채의 경우, 담보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차환이나 이자율은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와 연동됩니다. 그런데, 리먼의 자금경색과 그로인한 주가하락 때문에 리먼의 CP나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리먼이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에서 문제가 발생하였고, 더군다나 리먼의 인수가 실패로 돌아가자, 미국의 금융당국은 결국 리먼의 파산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 리먼은 엄청난 규모의 금융거래를 하였기 때문에 리먼의 파산으로 인하여 금융시장의 동요는 불보듯 뻔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였던 티모시 가이트너는 다른 투자은행들의 신용위험을 방어하기 위한 긴급 대책으로 <회전신용장치(Revolving Credit Facility, RCF)>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회전신용장치(RCF)>란 쉽게 말해 <기업용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유동성 백스톱(최후의 안전판) 제도입니다. 즉, 약정된 한도 내에서 차입자가 자유롭게 자금을 꺼내 쓰고(인출), 여유가 생기면 갚고(상환), 다시 필요할 때 대출 심사 없이 재차입할 수 있도록 하여 단기 유동성 경색을 막아주는 장치입니다.
가이트너가 구상한 이 회전신용장치는 정부 세금을 쓰는 대신, 월스트리트의 주요 금융회사(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들이 각자 일정 금액을 십시일반으로 갹출하여 거대한 공동 풀(Pool)을 형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민간 컨소시엄이 자금 제공 주체가 되어 위기에 처한 다른 투자은행에게 회전신용장치 형태의 비상 자금줄을 제공하고, 시장 전체의 패닉을 진정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연준의 비상 할인 융자와 리먼의 파산
마지막으로 리먼 브러더스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은 것은 <연준의 비상 할인 융자 지원 중단> 결정이었습니다.
본래 연준의 전통적인 할인 융자(재할인창구, Discount Window)는 예금을 수취하는 일반 상업은행만을 대상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3월 베어스턴스 위기가 발발하자, 연준은 연방준비법 제13조 3항(비상대출권)을 발동하여 예금 기반이 없는 투자은행(브로커-딜러)들도 비우량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PDCF(주간거래딜러 신용공급자금)를 신설>해 주었습니다.
이 비상 할인 융자 덕분에 리먼 역시 일시적인 자금난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먼의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리먼이 보유한 부동산 및 모기지 관련 담보 자산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기존의 할인 융자로는 유동성 고갈을 막기 역부족이었습니다. 또한, 고위험 투자를 일삼은 리먼을 세금이나 연준의 무제한 대출로 계속 살려둔다면 시장에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는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극에 달했습니다.
결국 연준과 미 재무부는 리먼에 대해 이 비상 할인 융자를 허용하는 것을 중단(추가 한도 제공 및 공적 보증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더 이상 연준의 할인창구를 통한 인공호흡조차 받을 수 없게 된 리먼 브러더스는 자금 조달의 통로가 완전히 차단되었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막을 알리는 <파산 선고>로 직결되었습니다.
마무리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은 단순히 한 기업의 몰락을 넘어,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신화의 종말과 도덕적 해이 방지라는 엄격한 원칙의 적용이 불러온 결과였습니다. 결국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제2의 투자은행 리먼은 그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리먼을 파산으로 몰아간 것은 국가가 더 이상 도덕적 해이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명분이었습니다.
옳은 명분이었다는 점은 분명해보입니다. 리먼은 탐욕에 눈이 멀어 당시 30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실하기 짝이 없는 MBS거래규모를 키워왔던 대표적인 투자은행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명분이 리먼전과 리먼후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리먼전에는 베어스턴스가 리먼후에는 AIG가 국가의 도움으로 생명줄을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과연 베어스턴스와 AIG에게는 도덕적 해이가 없었을까요?
왜 리먼에 대해서만 도덕적 해이라는 혹독한 회초리가 가동되었던 것일까요? 두고두고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