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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시장

[신종자본증권과 JTBC 사건]

2026-09-08

  • 하이브리드 금융상품의 역설과 중앙그룹 사태의 서막 

최근 중앙그룹(중앙일보,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을 둘러싼 재무적 파동은 단순한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넘어,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회계적 정직성과 법치주의적 경계선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신종자본증권(Hybrid Securities)'이라는 하이브리드 금융상품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중앙그룹은 자본 확충을 위해 이 상품을 전략적으로 활용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그룹 전체를 옥죄는 '회기적 분식'의 도구이자 독이 든 성배가 되었던 것이지요.

도대체 중앙그룹은 어떤 금융상품을 취급했기에 사태가 이지경까지 이르렀을까요? 

지금부터 그 상세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신종자본증권의 본질: 채권과 주식 사이의 '회색 지대'

신종자본증권은 법적 형태는 채권이나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될 수 있는 특수한 구조를 지닙니다. 한마디로 채권도 아니고 자본도 아니고 애매한 중간지대의 금융상품인 것입니다. 기업은 이를 통해 부채비율 상승 없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재무적 마법'을 부리곤 합니다.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십시다.

이 상품은 세가지 가장 큰 특징이 존재합니다.

첫번째 그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매우 장기입니다. 그렇다고 만기가 없는 것은 또 아닙니다. 거의 반영구적인 만기인 것이지요

두번째 정기적인 이자지급이라는 채권 고유의 특성은 유지합니다. 즉, 매월 단위 혹은 매년 단위 등으로 이자가 꼬박꼬박 지급된다는 것이지요

세번째 발행자에게 원금 상환을 미루거나 이자 지급을 이연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봅시다. 과연 채권과 지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채권 (채무상품)은 그 보유자가 발행자에게 정해진 날짜에 원금과 이자를 청구할 수 있는 계약상 권리입니다. 투자자는 이 자산을 만기까지 보유해 원리금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중도에 매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분상품 (주식 등)은 발행기업의 순자산에 대한 잔여 지분을 의미하며, 정해진 원리금 지급 의무가 없습니다. 계약상 현금흐름이 확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매 회계분기 때 공정가치(시가)로 평가하여 그 가치의 증가 혹은 감소를 당기손익(FVPL)에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회계기준(K-IFRS 제1109호 '금융상품')에 의하면, 투자자가 어떤 자산을 '일반 채권'으로 회계처리하려면, 계약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이 오직 원금과 이자의 지급만으로 구성(SPPI 요건)되어야 하고, 회사가 이를 만기까지 보유할 목적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금융상품 발행사가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를 지급하는데 있어 그 원금 및 이자 지급을 미룰 수 있는 무조건적인 권리를 보유하면 이는 <채권>이라기 보다는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서 자금을 유치하되 부채로 두지 않고(회계처리), 자본으로 두고 싶은(회계처리) 경우, 예를 들어 부채비율(부채/자본)에 대한 규제를 받는 회사의 경우 자금은 유치하되 원금과 이자의 상환을 위 회사가 이연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 위 회사는 그 금융상품을 자본으로 회계처리 할 수 있고, 그런 경우 부채비율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점 때문에 중앙그룹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계열사들끼리 위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해주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JTBC는 2023년부터 부도 직전까지 9차례에 걸쳐 총 2,26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으로 계상했습니다. 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을 자본에서 제외할 경우, JTBC의 별도 자본총계는 2024년 말 약 (-)523억 원, 2025년 말 약 (-)698억 원으로 이미 2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즉, 장부상 부도를 막고 회사가 멀쩡해 보이도록 만드는 '착시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JTBC는 왜 이러한 무리수를 두었을까요? JTBC가 자본잠식 사실을 가린 목적은 결국 시장(일반 개인 투자자들)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JTBC는 사채관리계약상 “부채비율을 1,500%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재무비율 유지 약정을 맺고 있었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편입하지 않았다면 자본잠식으로 인해 부채비율 요건을 전혀 맞출 수 없었으나, 이를 자본으로 둔갑시켜 약정을 충족하는 것처럼 눈속임을 했던 것입니다(실제 2025년 3분기 기준 JTBC의 부채비율은 이미 1,741.7%로 약정을 위반한 상태였습니다)

  • 물론, <눈속임>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중앙그룹으로서는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모두 공시했기 때문에 ‘눈속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할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결국 이 허위의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2026년 2월, 개인 투자자들에게 930억 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여 판매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분석 포인트 : 재무적 '착시 효과'의 실체

일반 회사채 발행이 부채비율을 즉각적으로 상승시키는 것과 달리, 신종자본증권은 ‘자본’ 항목을 직접적으로 늘립니다. 예를 들어 부채비율 1,500%를 상한선으로 둔 기업이 일반 대출을 받을 경우 즉시 약정을 위반하게 되나,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하면 오히려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우량 기업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이점 이면에는 회계 처리의 비대칭성과 '경제적 강제력(Economic Compulsion)'이라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습니다.

중앙그룹 사태의 법리적·회계적 뇌관은 발행사와 매수사 간의 상충하는 회계 처리와 <스텝업> 조항에 있습니다.

  1. 첫번째 뇌관 <스텝업> 조항

먼저 <스텝업> 조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신종자본증권에는 일정 기간 후 금리가 폭등하는 '스텝업' 조항이 포함됩니다.

일단 <스텝업>이 무엇일까요? 일응 문자 그대로 단계적으로 상승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 같긴합니다.

<스텝업> 조항은 계약서상 상환 의무는 없으나, 발행사가 폭등하는 이자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반드시 조기상환(콜옵션)을 행사하게 만드는 '경제적 강제 장치'를 말합니다.

국제회계기준(IFRS) 상 어떤 금융상품이 '부채(채권)'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발행회사에 "몇 년 뒤에 원금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법적·계약상 상환 의무가 없어야 합니다. 만약 계약서에 의무 상환 조항을 넣는 순간 장부상 자본 분류는 불가능해집니다. 하지만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또는 계열사) 입장에서는 원금을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상환 의무 없는 영구채'를 사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계약서와 실질을 다르게 설계합니다. 즉, 계약서에는 "만기 30년(의무 상환 없음), 초기 금리 연 5%"로 적어 회계사로부터 '자본' 인정을 받습니다. 대신 "3년(혹은 5년)이 지나면 금리가 연 15%로 폭등한다"는 스텝업 조항을 몰래 달아놓습니다.

3년 뒤 금리가 폭등하면 발행사는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해 원금을 상환하게 됩니다. 

즉, 스텝업 조항은 법적인 상환 '의무'는 교묘히 피하면서, 발행사가 스스로 돈을 갚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경제적 강제력(Economic Compulsion)'을 발휘하는 도구입니다. 따라서 발행사는 이 장치 덕분에 장부상 ‘자본’으로 예쁘게 포장하면서도 실제로는 단기에 자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중앙그룹에게는 이 <스텝업> 조항이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즉, 중앙그룹은 문제된 신종자본증권을 그 계열사들이 인수를 하였는데, 가뜩이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스텝업> 조항이 기름에 불을 붙여놓은 형국을 만들었습니다.

  1. 상충하는 회계처리

또 다른 문제는 중앙그룹의 발행사는 신종자본증권으로 회계처리를 했는데, 정작 인수자인 <다보중앙>이 이를 '채무증권'으로 분류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매수자조차 이 상품의 '자본성'을 부정하고 '대여금'으로 인식했음을 의미하며, 발행사(JTBC)가 이를 자본으로 공시한 행위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형사법적 접근 포인트

  1. 사기

완전자본잠식과 약정 위반 사실을 은폐하고 허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공모채를 발행한 행위는 일단 '재무상태 기망'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부도 18일 전(2026. 6. 1.) 54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목적'으로 재발행하며 유동성 위기를 숨긴 부분에서는 기망의 의도를 둘러싸고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1. 업무상 배임 및 '선관주의 의무' 위반

중앙그룹 사태에서 신종자본증권을 통해서 조달한 자본을 부실 자회사에 대한 무리한 지원과 계열사 간 자금 순환 구조는 그룹 전체 및 개별 법인 주주에 대한 손해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서는 일응 업무상배임죄로 연결될 여지도 있습니다.

  1. 사기적 부정거래에 의한 자본시장법위반

만약 중앙그룹 계열사(A)가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B)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다시 그 계열사(B)는 또 다른 계열사(C)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그 계열사(C)는 다시 처음의 계열사(A)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이른바 순환적 유상증자를 여러 차례 진행한 경우, 

외견상 위 계열사 A, B, C는 일정한 금원을 이용하여 몇 배의 자본유치를 한 외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로 유상증자를 했고, 그것이 공시되어 중앙그룹의 계열사들이 대규모의 자본확충을 했던 것과 같은 외관이 만들어 졌다면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의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행위로 의율할 여지가 있습니다.



  • 맺음말: 중앙그룹 사태가 시장에 던지는 경고음

중앙그룹 사태는 하이브리드 금융상품이 어떻게 기업의 부실을 감추는 분식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기록적 사례입니다. 결국 금융의 신뢰는 숫자의 기교가 아닌, 그 숫자가 담고 있는 정직한 가치에서 시작된다 할 것입니다. 중앙그룹 사태는 투명한 공시 체계와 대주주의 책임 있는 경영이 부재할 때 기업이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케이스입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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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jinsim0801/224382185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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