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시장
[『Too Big To Fail』과 함께하는 금융법 산책(2)]
2026-09-08
구독자님들 반갑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메릴린치라는 IB가 스탠 오닐이라는 CEO를 만나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이후 그 성장의 동력이었던 CDO 상품 때문에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 그렇다면 IB는 도대체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폭넓게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렇다 치지만, 우리나라에 과연 투자은행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그냥 은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금융기관은 많이 들어봤겠지만 투자은행은 다소 생소하실 겁니다. 사실 영미법계에서 은행은 크게 1) 상업은행(Commercial Bank)와 2) 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나뉩니다. 상업은행은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기업 등에 대출을 해주고 예대마진을 취하는 금융기관입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이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투자은행의 역할은 지난 포스팅에서 보신 것과 같이 기본적으로 Brokerage입니다. 즉, 1) M&A 주선, 주식 채권 발행 주선, 2) 주식 채권 등 거래 중개, 주식 채권 등 상품 판매 중개가 바로 투자은행의 본질적인 업무입니다. 이런 Brokerage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이 어디일까요?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말하면 증권사가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과 같은 증권사들이 바로 IB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IB는 금융인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직업입니다. 수백, 수백·수천억 원대의 연봉과 인센티브가 보장되는 꿈의 직장으로 그려집니다. 물론 모든 금융인이 그런 대접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 선망의 직업인 IB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에는 바닥까지 붕괴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CDO라는 주택담보대출채권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을 엄청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취급하면서 과도한 금융 리스크에 노출되었고, 그로 인하여 미국의 주요 IB들이 모두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뼈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CDO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 CDO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어 금융위기로 이어졌는지, 지금부터 그 여정을 시작해보겠습니다.
흔들리는 미국 금융의 아이콘 – 메릴린치의 존 테인(246쪽 ~ 269쪽)
2002년 CEO로 취임한 스탠 오닐은 메릴린치의 사세를 급격히 키워내기 위해 이른바 서브프라임 등급 모기지 채권을 이용해서 ‘CDO(부채담보부증권)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스탠 오닐은 2003년도에 크레디스위스에서 모기지 증권 부문의 스타로 불리던 크리스노퍼 리치아디아를 영입해서 본격적으로 CDO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오닐의 노력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메릴린치는 2년 만에 월스트리트 최대의 CDO 발행자가 되었다. “CDO를 만들어 파는 것은 다른 투자은행에서 그랬듯이 메릴린치에게도 상당한 수입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메릴린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 분야에 관련된 모든 것을 갖추려고 했다. 모기지를 발행하고 이를 다시 증권으로 재결합해 다시 쪼개서 복수의 CDO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
INTRO
오늘은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한 CDO가 어떻게 전 세계를 위협하는 괴물로 변했는지, 그리고 왜 실제 부도가 나기도 전에 CDO 장부상 가치가 폭락하며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연금술 – MBS와 CDO 만들기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은 말 그대로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대출 채권(남에게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받을 권리, 즉 부채)들을 담보로 묶어서 다시 발행한 새로운 채권(증권)"을 말합니다.
먼저 CDO를 이해하기 전에 MBS(Mortage Backed Security)를 이해해야합니다.
1단계 :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채’을 한 바구니에 담기 (Pooling)
은행은 개인에게 주택 자금을 빌려주거나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대출 채권'을 가집니다. 은행 입장에선 자산이지만, 대출자 입장에선 '부채'죠.
IB들은 이 수많은 대출 채권 수천, 수만 개를 한데 모아 하나의 거대한 '부채 자산 바구니(Pool)'를 만듭니다.
2단계 : MBS만들기
IB들은 이 모기지 채권들을 수천 개 사가지고 와서 하나로 묶은 뒤, MBS(주택담보증권)라는 채권으로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팝니다.
즉, IB들은 SPC를 만들어서 위 모기지 채권을 모두 SPC로 귀속시키고, SPC가 보유한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해서 SPC가 다시 증권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SPC가 발행한 증권을 바로 MBS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일정한 모기지채권 Pool을 이용해서 만든 MBS가 모두 동급의 신용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모기지채권에서도 직장이 번듯하고 매달 고정적인 현금흐름이 있는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직장도 없고, 돈벌이도 일정치 않으며, 향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후자를 들어 바로 서브프라임 등급의 모기지채권이라고 합니다. 서브프라임이라는 용어는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결국 모기재채권 Pool은 1) 프라임등급, 2) 알트-A등급, 3) 서브프라임등급 채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위 모기지채권 Pool을 기초로 IB들은 새로운 채권 즉, MBS를 만들어 팔았는데, MBS의 신용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정하였습니다.
원래 모기지채권에서 수취한 원리금은 모두 MBS의 원금과 이자 지급에 충당됩니다. 그런데, 알트-A등급 혹은 서브프라임등급 채무 채무자는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이미 발행된 MBS 중 일부는 원금과 이자 지급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IB는 MBS를 발행할 때, 상위 MBS의 경우 모기지채권 Pool에서 수취되는 돈을 이용하여 최우선 변제를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차순위 MBS에 대해서는 모기지채권 Pool에서 수취되는 돈 중 상위MBS 원리금에 충당한 뒤 남은 돈으로 변제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마지막으로 차차순위 MBS에 대해서는 모기지채권 Pool에서 수취되는 돈 중 상위 MBS 및 차순위 MBS 원리금을 충당한 뒤 남은 돈으로 변제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런 약속을 기반으로 MBS의 신용등급이 결정됩니다. 즉, 상위 MBS는 예를 들어 AAA등급, 차순위 MBS는 BBB등급, 차차순의 MBS는 B(-) 등급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3단계 : CDO 만들기 (재조립)
MBS를 팔다 보면 신용등급이 높은 안전한 부분(AAA)은 금방 팔리지만, 위험도가 높은 하위 구간(BBB 등급 이하, 메자닌 트렌치)은 수요가 없어 재고로 남게 됩니다.
이때 IB는 이 인기 없는 BBB 등급 MBS들을 다시 수십 개 모아서 하나로 묶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CDO(부채담보부증권)입니다.
4단계 : 층(Tranche)을 나누어 쪼개서 판매하기
IB는 수학적 모델을 활용해 CDO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우선순위를 구간별로 나눕니다.
시니어(Senior) 트렌치 (안전층) : 현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이자를 받습니다. 일부 연체가 발생해도 가장 안전하기 때문에 AAA 신용등급이 부여되며, 그 대신 이자율은 낮습니다. 안전하니까 연기금, 보험사, 은행에 팝니다.
메자닌(Mezzanine) 트렌치 (중간층) : 시니어 트렌치 다음으로 이자를 받습니다. 위험과 수익률이 중간 수준(AA~BB)입니다.
결국 “CDO를 만들어 판다"는 것은 안 팔리는 비인기 채권들을 모아 신용등급을 마술처럼 (AAA로) 세탁한 뒤 전 세계 전 금융기관(보험사, 연기금, 타 은행 등)에 채권 형태로 매각하는 비즈니스를 뜻합니다
붕괴의 원인 – 부도가 나기 전에 장부 가치 폭락
CDO의 붕괴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서브프라임 등급 채무자들이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CDO에서 하위 트렌치의 가치가 붕괴되면서 상위 트렌치 채권의 가치도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에퀴티(Equity) 트렌치 (위험층) : 가장 마지막에 이자를 받습니다. 연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손실을 떠안지만, 연체가 없을 경우 가장 높은 이자 수익을 누립니다. 고위험·고수익 구조로 헤지펀드 등에 판매됩니다.
“CDO를 만들어 판다"는 것은 안 팔리는 비인기 채권들을 모아 신용등급을 마술처럼 (AAA로) 세탁한 뒤 전 세계 전 금융기관(보험사, 연기금, 타 은행 등)에 채권 형태로 매각하는 비즈니스를 뜻합니다
붕괴의 원인 – 부도가 나기 전에 장부 가치 폭락
CDO의 붕괴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서브프라임 등급 채무자들이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하고, CDO에서 하위 트렌치의 가치가 붕괴되면서 상위 트렌치 채권의 가치도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모기지 채권의 채무불이행 상태 외에도 가장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대출자들이 실제로 돈을 갚지 못하는 '현실 부도(Realized Default)'가 발생하기도 전에 이미 금융회사들의 장부 가치가 폭락하며 시스템이 마비되었다는 점입니다.
최우선순위(Super-Senior) CDO는 하위 등급 채권들이 먼저 손실을 흡수하기 때문에, 여전히 변제 능력이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장부 가치가 수직 낙하한 데에는 아래와 같은 결정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1. 유동성의 완전한 소멸 (Vanished Liquidity)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질 조짐이 보이자,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CDO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에 아예 손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에 매수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즉 거래 자체가 꽁꽁 얼어붙어 유동성이 완전히 소멸한 상태가 된 것입니다.
2. 시가평가(Mark-to-Market) – 회계제도의 역습
금융회사는 보유 자산의 가치를 '만기 때 돌려받을 원금'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장에 내다 팔 경우 받을 수 있는 현재 시장 가격'으로 매일 장부에 기록해야 하는 회계 원칙을 따릅니다.
시장에서 CDO를 CDO를 살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상품이 100억 원짜리인지 0원짜리인지 가늠할 기준 가격 자체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당장 오늘 장부에 기재해야 하는 시장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장부상 가치가 반토막 난 것입니다.
장부가치가 반토막나게 되었을 때, IB들에게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요?
먼저 CDO를 만들어서 판매하였던 IB들부터 생각해보겠습니다. 방금 전 IB들은 MBS를 발행하거나 CDO를 발행할 때 SPC를 발행주체로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SPC가 MBS나 CDO를 발행하게 되면 SPC 자체가 신용과 관련된 백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IB들이 MBS 및 CDO 변제에 대한 지급보증, 매입약정 등을 통해 신용보강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CDO의 장부가치가 반토막이 되면 CDO에 대해서 EOD(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하여 CDO 채권자들은 그 즉시 원금상환청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IB들이 몇몇 군데의 CDO에 대해서 원금상환청구를 요청받으면 이에 응할 수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수십, 수백군데 CDO에 대하여 원금상환청구를 요청받으면 보유 현금이 부족하여 그 즉시 부도 위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 CDO를 투자 명목으로 매수한 IB들을 생각해보겠습니다.
CDO의 장부가치가 폭락하는 경우, IB들은 회계적으로 대규모 손실을 계상해야 합니다. 결국 IB들은 CDO투자와 관련하여 막대한 손실을 실적으로 발표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IB들의 주가는 형편없이 떨어지고, 그렇게 IB들의 주가 하락은 다시 IB들에 대한 채권자들의 채권회수로 귀결되었습니다.
또한, 당시 IB들은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켜 CDO를 매수하였는데, 그 CDO의 장부가치가 폭락하게 되면 돈을 빌려준 채권자 입장에서 마진콜을 요구할 것이고, 그 마진콜에 응하지 못할 경우 채권자는 IB들에 대하여 즉시 채권 회수절차에 나서기 때문에 IB들의 부도 위험이 현실화되었던 것입니다.
3. 마진콜의 덫
이러한 장부상 가치 하락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 치명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는 투자은행들에게 "CDO가 부도나면 대신 갚아주겠다"는 부도 보험(CDS)을 판매한 상태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AIG편에서 상세하게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CDO의 장부 가치가 폭락하자, 공포에 질린 투자은행들은 AIG에 "가치가 하락한 만큼 현금이나 국채를 담보로 즉시 제공하라"며 막대한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AIG는 실제 CDO가 실제로 파산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기도 전에, 장부상 가치 하락으로 쏟아진 마진콜을 감당하지 못한 채 보유 현금이 고갈되어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아직 숨이 넘어가지도 않은 환자의 차트 수치가 나쁘다는 이유로 강제로 산소호흡기를 빼앗아 질식시킨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마무리
2008년 금융위기는 단순히 '사람들이 빚을 못 갚아서' 벌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부실 대출을 안전 자산으로 둔갑시킨 월스트리트의 증권화(CDO) 탐욕 그리고 시장의 공포로 유동성이 증발했을 때 시가평가 제도가 촉발한 '부도 전 장부 가치 폭락'이 맞물려 빚어낸 구조적 시스템 붕괴였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jinsim0801/224303864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