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시장
[『Too Big To Fail』과 함께하는 금융법 산책(7)]
2026-09-08
구독자님들 일곱번째 포스팅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을 3가지 꼽자면 1)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2) AIG에 대한 구제금융, 3)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국유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제목에 부합하는 사건(Too Big To Fail)은 1)과 2)라고 할 수 있지요. 왜냐구요? AIG는 차마 죽일수 없는 <대마>였지만, 리먼브라더스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후세사람들은 리먼브라더스를 그렇게 굳이 파산으로 몰아갈 필요는 없었다고 주장하기로 합니다. 리먼브라더스가 당시 부실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자산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산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상황이 빚어졌고, 그 결과 <그림자 금융>들이 서둘러 각자 채권을 회수하는 조치로 나아갔기 때문에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고, 만약 연준이 그 유동성 위기를 잘 극복하게 도와주었으면 이후 자산가격이 회복되었을 때, 리먼브라더스는 재기할 수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역사란 늘 결과물로 확인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정을 대입한 결과물은 늘 열린 가능성일 뿐입니다.
그러나,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과연 리먼브라더스를 살릴 수 있을지는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다른 투자은행들보다 리먼브라더스는 위험자산 투자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급기야 위험자산 투자로 인한 손실을 감추기 위해 회계부정까지 저질렀던 것입니다.
당시 리먼브라더스의 부실과 관련하여 <4가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거론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네가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하나씩 자세히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기관이 리먼에 관해 네 가지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보고했다. 그 것은 환매조건부채권의 기장, 파생상품의 기장, 브로커-딜러 업무, 부동산과 브라이빗에쿼티를 포함한 불량자산이었다. <한국산업은행 민유성의 방문, 368쪽> |
미국 파산법원이 지정한 조사관의 네가지 잠재 리스크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신청 당시 파산법원이 지정한 Anton Valukas 조사관의 보고서(일명 '발카스 보고서')에 따르면,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 직전 장부상 가치를 왜곡하고 과도한 위험을 은폐하는 네 가지 치명적인 잠재적 붕괴 리스크를 안고 있었습니다.
환매조건부채권(Repo) 기장의 왜곡 : 'Repo 105'라는 연금술
개념 및 리먼의 꼼수
환매조건부채권(Repo, 리포) 거래는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단기 자금을 빌리는 일종의 임시 대출 거래입니다. 돈을 빌렸기 때문에 장부에는 당연히 '부채'로 기록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리먼 브러더스는 자금을 빌린 것이 아니라 아예 채권을 '매각'한 것처럼 장부를 꾸몄습니다. 이를 통해 장부상 부채 비율을 극적으로 낮추는 회계 꼼수를 부렸는데, 이 기법이 바로 그 악명 높은 Repo 105입니다.
리먼의 방식 (Repo 105)
리먼은 미국 회계기준(US-GAAP)인 <SFAS 140>규정의 허점을 아주 정교하게 악용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제공하는 담보의 가치가 대출금의 105% 이상일 경우, 담보 제공자가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간주하여 '차입(부채)'이 아닌 '매각'으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리먼은 이 맹점을 이용해 매 분기 말마다 약 5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장부에서 일시적으로 증발시켰다가 분기가 시작되면 다시 돈을 주고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담보의 가치가 대출금의 105%를 넘을 때 담보제공자가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일반적인 Repo(환매조건부채권) 거래에서는 담보 가치와 빌리는 돈의 비율이 거의 비슷합니다(예: 102% 대 100%). 이 경우 법적으로는 잠시 담보를 넘겼어도 실질적으로는 이자만 내면 언제든 쉽게 되찾아올 수 있으므로, 회계 기준은 담보 제공자가 자산의 통제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대출(부채)'로 기장합니다. 하지만 담보 가치가 대출금보다 지나치게 높다면(예: 105% 이상), 회계 기준은 이것을 '정상적인 담보 대출 거래'로 보지 않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매수자) 입장에서 거래가 틀어졌을 때 담보를 처분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너무 크고, 담보를 맡긴 사람(매도자) 입장에서는 비대칭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묶여 자산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통제할 권리를 사실상 박탈당했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계 기준(당시 US-GAAP SFAS 140)은 이를 대출이 아닌 '완전한 매각(Sale)'으로 간주하라고 규정했습니다. |
파생상품의 기장과 Level 3 자산 남용: '시가 평가'가 아닌 '상상 평가'
개념 및 리먼의 꼼수
리먼은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의 가치를 장부에 기록할 때, 발생한 손실을 은폐하고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기록했습니다. 시장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해 주관적인 평가 기준을 제멋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Level 3 자산의 공정가치 평가 왜곡
금융 및 회계 기준에서는 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객관성에 따라 3단계 서열체계를 둡니다.
Level 1 (가장 객관적)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시장 가격을 그대로 쓰는 단계 (예: 금은방의 금 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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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2 (비교적 객관적)
동일한 자산은 없으나 비슷한 자산의 거래 가격 등을 바탕으로 계산하는 단계 (예: 리셀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한정판 운동화 가격).
Level 3 (매우 주관적)
거래가 아예 없어 시장 가격을 전혀 알 수 없는 자산으로, 기업이 자체 내부 평가 모델(가정, 예측치 등)을 만들어 스스로 가치를 산정하는 단계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시가평가(Mark-to-Market)가 아닌 모델평가(Mark-to-Model) 은 상상평가(Mark-to-Myth)라고 조롱 섞어 부르기도 합니다.
리먼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거래가 뚝 끊기자, 당장 손실을 반영하는 것을 피하고자 기존 Level 1, 2 자산들을 대거 <Level 3>로 재분류(Transfer)하여 내부 평가 모델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전문적인 작동 메커니즘
리먼은 자산 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현금흐름할인법(DCF, Discounted Cash Flow)> 모델을 사용했습니다.
<현금흐름할인법>은 도대체 무엇인가요?
이는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인데, 한번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년 후 100원이 나오고, 2년 후 100원이 나오고, 3년 후 100원이 나오는 어떤 자산(X)의 현금흐름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1년 후 100원의 지금 현재가치는 얼마일까요? 1년 후 100원의 현재가치를 Y라고 하고, 시중금리를 R%라고 가정해보면 다음과 같은 산식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즉, Y*(R+1) = 100원이므로 Y = 100원/(1+R)가 되는 것입니다.
다시 2년 후 100원의 지금 현재가치는 얼마일까요? 똑 같은 이치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즉, Y*(1+R)(1+R) = 100원으로 Y =100원/(1+R)(1+R)니다.
결국 <1년후 100원, 2년 후 100원, 3년 후 100원이라는 현금흐름이 나오는 X자산의 현재가치> = X + 100원/(1+R) + 100원/(1+R)(1+R)가 됩니다.
바로 미래의 현금흐름(가치액)을 현재 시점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 바로 현금흐름할인법인 것입니다.
자 다시 자산평가로 되돌아 가봅시다
자산의 가치를 그 자산이 미래에 산출해낼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해서 현재로 할인하고 그 할인한 현금흐름들을 합해야 합니다.
만약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리먼의 자산이 부실화된 경우 미래 현금흐름은 당연히 낮아져야 합니다. 즉, 미래의 현금흐름을 1년 100원, 2년 100원, 3년 100원 할 것이 아니라 1년 50원, 2년 50원, 3년 50원으로 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리먼의 자산이 부실화된 경우 할인율에 적용해야할 금리를 높게 책정해야할 것입니다. 즉, 자산이 부실화되었다는 것은 자산의 현재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할인율을 증가시켜야 하는 것이빈다.
그런데, 리먼은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할인율을 비현실적으로 낮게 고정함으로써 현재가치 산식에서 분모가 작게 함으로써 현재가치가 커지도록 하였습니다.
그 결과 가치가 폭락한 부실 모기지 채권(MBS, CDO)들을 장부상에서 여전히 우량한 자산인 것처럼 포장할 수 있었습니다.
브로커-딜러 업무와 청산 결제 리스크 : 피가 마른 유동성 질식사
브로커-딜러 업무는 고객의 주식이나 채권 매매를 대행(브로커)하거나, 직접 자기 자금으로 거래(딜러)하는 투자은행의 핵심 영업 부문입니다. 대형 투자은행은 매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거래의 청산 결제를 수행해야 하므로 엄청난 단기 유동성(현금 흐름)이 상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리먼 같은 투자은행은 일반 상업은행처럼 고객의 예금 계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결제 시스템에 직접 들어가 자금을 주고받지 못합니다. 이에 따라 JPMorgan이나 Citigroup 같은 대형 상업은행(청산결제대행 은행)에 수수료를 내고 결제 대행을 맡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결제 대행을 의뢰하는데 왜 담보를 제공해야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런 상황을 상정해보겠습니다.
누군가가 해외 직구로 1,000만 원짜리 명품 시계를 샀고, 통관을 위해 관세 200만 원을 당장 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일하느라 바빠 배송 대행업체(JPMorgan)에게 “관세 200만 원을 먼저 내주면 퇴근하고 갚아주겠다"고 요청했다고 합시다.
신용이 좋을 때 그 통관 대행업체는 평소 그 사람의 신용을 믿고 군말 없이 관세를 먼저 대납해 준 뒤 저녁에 상환받을 겁니다. 그런데, 부도 위기 소문이 날 때 대행업체는 돈을 떼일까 봐 겁이 나 “관세를 대납해 주는 대신, 만약을 대비해 당신이 가진 다른 300만 원짜리 금목걸이(담보)를 지금 우리 사무실에 맡기세요. 오늘 저녁에 돈 안 갚으면 이거 처분하겠습니다.”고 말하겠지요.
이것이 바로 담보 제공입니다.
결국 이 네가지 치명적인 잠재적 붕괴 리스크 때문에 리먼브라더스는 회생할 수 없었고, 결국 파산의 길로 가야 했습니다. 그 네가지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제 금융 시장에서는 결제 대행 과정에서 상업은행이 자기 돈을 먼저 보내주고 하루 동안 엄청난 액수의 '일시적 무이자 대출'인 <일중 신용(Intraday Credit)>을 투자은행에 공여하게 됩니다. 만약 거래 중간에 투자은행이 파산하면 대행은행이 고스란히 수조 원의 빚을 떠안아야 하는 <결제 리스크(Settlement Risk)>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리먼의 부실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대행은행인 JPMorgan과 Citigroup은 리먼이 담보로 가져오는 비우량 자산들의 <헤어컷(Haircut, 담보가치 평가 절하)> 비율을 10%에서 50%, 심지어 80%까지 치솟게 만들었습니다. 이전에는 10억 달러 결제를 대행받기 위해 11억 달러 담보만 있으면 되었는데, 이제는 20억 ~ 30억 달러 상당의 담보를 가져오라고 과도하게 요구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리먼은 결제를 유지하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우량 자산과 현금이 순식간에 바닥나며 질식사하듯 파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프라이빗 에퀴티(PE)를 포함한 불량 자산 : 장부 속에 꽁꽁 숨겨둔 폭탄
리먼의 장부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해 가치가 폭락한 부동산 자산과 사모펀드(PE)를 통해 투자했던 고위험 지분 자산들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시장이 경색되자 이 자산들은 시장에 아무리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전혀 없는 <불량 자산>으로 전락했습니다. 오직 장부상으로만 고가로 기재되어 있을 뿐, 실제 가치는 휴지조각에 가까운 시한폭탄이었습니다.
리먼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실제 가치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장부에는 여전히 매입가인 10억 원' 그대로 유지해 두며 "나는 아직 10억 자산가다"라고 우기는 것이었습니다.
결론 : 리먼 브러더스를 파멸로 이끈 연쇄 메커니즘
이 네 가지 잠재적 리스크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리먼 브러더스의 구조적 한계와 고의적인 회계 왜곡이 결합하여 만들어 낸 파멸의 합작품이었습니다
결국, 불량 부동산 자산 누적 ➔ 자산 가치 폭락 및 손실 발생 ➔ 신용등급 하락 위기 ➔ 'Repo 105' 기법을 동원한 부채 분식회계 ➔ 파생상품 가치 고의 과대평가(Level 3 남용) ➔ 시장 신뢰 상실 및 단기 자금 유동성 동결(브로커-딜러 마비) ➔ 최종 파산 보호 신청
리먼은 장부의 숫자를 만지작거리며 시장을 기만하려 했으나, 결국 시장의 불신을 극도에 달하게 만들어 스스로의 자금줄(청산 대행 및 유동성)을 끊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 사태는 오늘날까지도 금융기관에 있어 <정직한 자산 평가>와 <철저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주는 가장 강력한 경고판으로 남아 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jinsim0801/224348459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