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시장
[『Too Big To Fail』과 함께하는 금융법 산책(8)]
2026-09-08
구독자님들 여덟 번째 포스팅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의 파산은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켰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먼의 파산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파생된 부실자산을 과다하게 보유하면서 부실 자산 급증되었다는 것을 거론합니다.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파산의 도화선이 된 것은 맞습니다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 즉 실제 파산의 직접적인 방아쇠를 당긴 것은 주거래 결제 대행 은행이었던 <JP모건체이스와의 갈등>과 그 배후에 숨겨진 <기괴한 회계적 이슈>였습니다.
당시 리먼 브러더스의 종말을 가져온 결정적 사건들을 4가지 핵심 단계별로 나누어 상세히 설명드려보겠습니다.
▣ JP모건과 리먼브라더스의 관계 - 결제대행 관계
금융 시장에서 투자은행(리먼)은 매일 수천억 달러 규모의 증권 거래와 채권 결제를 처리합니다. 그런데 증권거래나 채권거래 결제는 리먼이 고객들과 직접 현금을 주고 받을 수는 없죠. 즉, 은행 계좌를 이용해서 송금하거나 송금받거나 이런 방식으로 거래를 하겠지요. 이때 리먼의 주거래 결제 대행 은행(Clearing Bank) 역할을 하던 곳이 바로 JP모건체이스였습니다.
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은 바로 <장중 단기융자(Intraday Credit)>, 즉 <일중 오버드래프트(Daylight Overdraft)>였습니다. 어려운 말이 나왔습니다.
<장중 단기융자>라는 말은 일단 <장중>이라는 말과 <단기융자>라는 말의 조합이지요. <장중>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신 것처럼 주식이나 채권거래가 진행되는 시간적 간격을 말합니다. 주식시황을 보면 <장중 폭락>, <장중 서킷브레이크> 이러한 표현을 쓰는 접해보셨을 겁니다. 주식시장의 장중은 09:00경 ~ 15:30경까지입니다.
그리고 <단기융자>는 말그대로 짧은 만기를 가진 대출이라는 말이겠지요. 즉, 매일 아침 리먼에게 실제로 자금이 유입되기 전에 먼저 나가야 할 결제 대금이 있으면, 결제 은행인 JP모건이 '단 몇 시간 동안' 자기 돈으로 먼저 결제망을 가동(Overdraft)시켜 주는 초단기 대출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장이 끝나기 전에 리먼이 외상값을 되돌려 갚았기 때문에 <장중 단기융자>는 위험이 없는 단순 결제 대행 서비스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리먼이 매일 아침 JP모건으로부터 빌려 쓴 일중 대출 규모는 하루 평균 6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최대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였습니다. 말하자면 수조원대 1일짜리 대출이 매일 발생하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MBS, CDS들이 위기 상황이 도래하자, 이 거대한 일일 대출은 JP모건과 금융 시스템 전체의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이 되었습니다.
▣ 리먼브라더스가 제공하는 담보로 부족한 이유
JP모건 역시 하루에 수조 원에 달하는 돈을 아무 대책 없이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리먼이 융자를 갚지 못할 때를 대비해 주식, 채권 등을 <담보>를 받아두었습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며 담보의 가치가 리먼의 부실과 함께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먼은 어떤 담보를 제공했을까요? 당연합니다. 당시 리먼은 모기지 관련 MBS, CDO로 막대한 수익을 확보함으로써 4대 투자은행의 반열에 올라갔기 때문에 담보로 제공된 것은 부실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이나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이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자, 이 담보들의 장부상 가치가 아무리 100억 달러라 할지라도 시장에서 실제로 처분하여 회수할 수 있는 가치는 현저히 떨어졌습니다(담보 부족). 이를 일상적인 거래에 비유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산의 가치가 폭락하게 된 배경과 관련된 것은 <지난 2회 포스팅>을 참조해주시면 되겠습니다. |
만약 당신이 대형 마트 사장(JP모건)이고, 단골 식당 주인(리먼)이 있다고 합시다. 식당 주인은 매일 아침 식재료 1,000만 원어치를 외상(장중 융자)으로 가져간 뒤, 저녁에 밥값을 받아 외상값을 갚습니다.. 만약에 대비해 식당 주인은 당신에게 '중고차 1대(담보)를 맡겨 두었다고 가정해봅시다.
평소에는 저녁마다 외상을 잘 갚아 문제가 없었으나, 어느 날 식당이 망해간다는 소문이 돕니다. 깜짝 놀라 담보로 잡은 중고차의 시세를 알아보니, 침수차라 실제 가치가 200만 원밖에 안 되는 상태였습니다.
마트 사장인 당신은 공포에 휩싸입니다. ‘내가 매일 아침 1,000만 원씩 외상을 주는데, 저 식당이 낮에 갑자기 문을 닫아버리면(파산)? 내가 쥘 수 있는 건 200만 원짜리 침수차뿐이니 나머지 800만 원은 고스란히 내 생돈으로 날리게 된다!’
이 마트 사장이 느낀 공포가 바로 당시 JP모건이 리먼을 바라보며 느꼈던 실질적인 공포였습니다.
▣ JP모건이 요구한 담보제공방법
리먼의 부실이 깊어지고 시장 신용이 완전히 상실되자, JP모건은 매일 아침 아무 보장 없이 100억 달러에 달하는 위험을 안고 갈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JP모건은 리먼에게 최후통첩을 보냅니다.
당장 추가 현금 담보를 내놓지 않으면, 오늘부터 장중 결제 서비스를 전면 중단(대출 거부)하겠다.
이미 유동성이 바닥나 추가 담보를 제공할 능력이 없었던 리먼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통보였습니다. 리먼이 유동성 부족으로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제 마비 상태에 빠졌고, 이는 결국 2008년 9월 15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Chapter 11)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파산 국면의 비상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한 가지 독특한 비상 대책(Downsizing) 아이디어가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즉, 리먼이 보유한 모든 현금을 결제 은행인 JP모건으로 이체해 안전하게 예치하고, 대신 그 액수만큼 리먼의 자본금(자본)을 삭감(감자)하자는 구상이었습니다. 리먼이라는 껍데기는 남겨둔 채, 리먼이 통제하는 자금의 소유권을 안전한 주거래 결제 은행으로 대피시켜 금융 결제망이 마비되는 대참사를 막아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제안은 회계학적으로 엄청난 논란과 모순을 안고 있었습니다
▣ 회계적 이슈: 왜 예치를 하는데 자본(자본금)이 감소하는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 회계에서 말하는 ‘자산’
정상적인 회계 기준에서 회사의 현금을 은행 계좌에 입금(예치)했다면, 이는 장부 안에서 <현금(자산)>이 <예금채권(자산)>으로 종류만 바뀔 뿐입니다. 전체 자산 총액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자본이나 부채 항목을 건드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JP모건이 요구했던 담보 제공 방식 및 예치 제안은 일반적인 예금이 아닌, 사실상 <현금 압류 및 주주 책임 묻기>가 결합된 특수 구조조정 상황이었습니다. 어려운 회계적 설명이 나오네요. (......)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야할 거 같습니다. 일단 회계학에서 어떤 자원을 장부상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甲 명의로 된 건물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甲이 돈을 빌리면서 그 명의로 된 재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고 가정합시다. 통상 건물 주인은 돈을 갚으면 근저당권을 말소시킬 수도 있고, 근저당권이 있는 상황에서도 건물을 매각할 수는 있습니다. 근저당권이 있다고 해서 그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겠지요
그런데, 갑과 채권자가 특약으로 해서 甲이 돈을 갚을 때까지 채권자의 승인하에 건물을 매각해야 한다면 과연 甲이 그 건물에 대해서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야할까요?
바로 이런 차이입니다. 회계적으로 단순 근저당권이 있는 건물은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위와 같은 특약이 있는 근저당권이 있는 건물을 자산으로 분류할 수 없을 겁니다.
다시 JP모건과 리먼의 관계로 돌아오겠습니다. JP모건이 제안한 예금은 JP모건으로 이체되는 현금은 리먼이 원할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자유로운 돈이 아니었습니다. 이 돈은 결제 불이행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JP모건에 볼모(증거금)로 완전히 묶이거나 소유권이 이전되는 성격에 가까웠습니다.
따라서 리먼의 장부에서는 <예금채권>이라는 자산이 잡히는 것이 아니라, 통제권 상실로 인해 자산(현금)이 완전히 소멸(제거)한 것으로 처리해야 맞습니다.
▬ 회계 등식의 균형을 위한 자본 차감 (감자)
기업의 회계 등식은 [자산 = 부채 + 자본]입니다. 리먼 장부에서 자산(현금)은 통제권을 잃어 완전히 사라졌는데, 갚아야 할 부채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대차평균의 원리에 의해 장부의 양쪽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변의 자본(주주들의 몫)이 동일한 액수만큼 깎여야(감자) 합니다.
이는 금융학적으로 회사가 망하기 직전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자본금을 깎아 청산 비용을 마련하는 <베일인(Bail-in, 채권자·주주 손실 분담)>의 초기 형태였던 셈입니다.
▬ 이 제안의 치명적인 한계
이러한 강제 구조조정 아이디어는 법적, 현실적 장벽 때문에 실제로 작동하기 어려웠습니다.
자본금을 강제로 깎아버리면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BIS)>이 급락하게 됩니다. 리먼은 IB로서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이는 즉각 감독당국에 의한 영업정지나 강제 파산 조치를 부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또한 주주들의 법적 동의 없이 자본금을 임의로 삭감하고 회사 자산(현금)을 타 은행의 통제 하로 넘기는 행위는 명백한 민형사상 배임 및 법적 소송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단어는 '예치'였으나 그 실질은 <징벌적 자산 박탈 및 강제 감자>였기에, 일반적인 거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회계 처리 구조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이번 포스팅에서는 리먼이 2008년 금융위기에서 파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살펴보았습니다. ☞ 즉, 리먼의 파산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여파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파산 Trigger는 바로 결재대행은행인 JP모건의 담보제공 요구에 응하지 못하면서 주식, 채권등의 거래결제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 리먼의 붕괴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차후 포스팅에서 리먼의 최종붕괴(Chapter 11)를 같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블로그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