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건
[형사전문변호사_개인정보보호법] 내 차 긁은 범인, CCTV로 확인하면 불법일까?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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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가 처참하게 긁혀 있거나, 누군가 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정황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당장 관리사무소로 달려가 CCTV 확인을 요청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이지요.
피해자가 증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법을 위반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누구든지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텐데요, 최근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2025년 12월 11일 선고, 2024도8121 판결)에서 아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
A는 자신의 차량에 누군가 불법위치 추적장치를 부착한 것을 발견하고 그 사람을 확인하기 위하여 ○○지방검찰청 주차장 CCTV 영상의 열람을 요청해서 이를 확인하였고, 이후 누군가 자신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무단히 조회한 정황을 알게 되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 대리점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열람하였습니다(A가 CCTV 영상을 통해 확인한 사람은 B는 A와 내연관계에 있는 여성의 남편이었습니다).
위 검찰청(공공기관) 주차장 CCTV 영상에는 B가 검찰청 주차장에 서 있는 모습, A의 차량에 접근한 모습 등이 촬영되어 있었고, 통신사 대리점(민간사업자) CCTV 영상에는 B가 대리점 안에 있는 모습, 컴퓨터 모니터 앞에 있는 모습 등이 촬영되어 있었습니다.
검찰은 A가 "CCTV 영상에 촬영된 다른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제공받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결론은, 「처벌할 수 없다!!」, 즉 무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위 사례에서 보듯이 A가 열람한 CCTV 영상의 관리주체는 공공기관(검찰청), 민간사업자(통신사 대리점)로 두 곳이었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각각 다른 논리로 무죄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우선, 공공기관 CCTV 영상의 열람에 대해 무죄를 판단한 핵심은 법률 간의 체계적 우선순위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첫째 개인정보보호법(PIPA) 제6조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의 경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우선하는 '특별 규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정보공개법이 우선해서 적용된다고 하였습니다.
둘째, 만약 공공기관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적법하게 정보를 공개했음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면 공무원들은 업무를 함에 있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대법원은 적법한 정보공개 절차를 거쳤다면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여 국민의 알 권리와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수행을 동시에 보호했습니다.
다음으로, 민간시설에 설치된 CCTV 영상의 열람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그 열람에 ‘정당한 목적’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민간 시설은 정보공개법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3호 규정을 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명백히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A가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었는지 확인하고 가해자를 특정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이 허용하는 '정당한 이익'에 해당하고(권리 구제의 필요성), 피해자의 권리 구제라는 '이익'이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불이익'보다 큰 점(비례성의 원칙) 등을 고려할 때, 통신사 대리점의 CCTV 영상을 열람한 것은 적법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법적 경계선: 목적과 절차의 '정당성' 체크리스트
그렇다고 이번 판결이 "아무나 CCTV를 마음대로 봐도 된다"는 면죄부는 아닙니다.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왜' 그리고 '어떻게'에 있습니다.
√ 골든타임 준수 : 대부분의 CCTV는 30일의 저장 기한을 가집니다. 기한이 지나면 영상이 자동 삭제되므로 즉시 조치해야 합니다.
√ 최소 노출의 원칙 : 영상을 확인할 때 사건과 무관한 제3자의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요청하십시오. 이는 본인의 '정당한 이익' 논리를 강화시켜 줄 수 있습니다.
√ 목적 외 사용 금지: 확인한 영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SNS나 커뮤니티에 올리는 행위는 별개의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영상을 요청한 목적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4. 법은 정당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기울이는 '자구 노력'의 가치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이 피해자의 손발을 묶는 방패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정보 역시 소중한 가치임을 잊지면 안됩니다. 법이 허용하는 '정당한 목적'과 '적법한 절차'라는 테두리 안에서 움직일 때 우리의 권리는 비로소 온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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