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건
[형사전문변호사] 비접촉 폭행죄에 대하여
2026-10-13
“몸을 건드리지 않아도 폭행죄?”- 비접촉 폭행
1. 들어가며
많은 분들이 폭행죄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때리거나 밀어야 폭행이지, 몸에 손을 대지 않았으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꼭 그렇게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 형법과 대법원 판례는 신체 접촉 없이 이루어진 행위도 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음을 오래전부터 인정해 왔고,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3도5440 판결은 이 법리를 다시 한번 명확히 확인하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위 대법원 판결을 기초로 비접촉 폭행죄에 대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2. 폭행죄란?
형법 제260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바로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이라는 표현입니다. 이 문구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습니다.
• 좁게 해석하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손을 대거나 물리적으로 접촉해야 폭행이다.
• 넓게 해석하면: 신체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피해자에게 유형력(有形力)이 작용하면 폭행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넓은 해석을 일관되게 채택해 왔습니다.
3. '유형력'이란?
폭행죄를 이해하려면 유형력(有形力) 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유형력이란 물리적·신체적 힘, 즉 상대방의 신체에 작용할 수 있는 모든 물리적 힘을 의미합니다. 이는 반드시 손이나 발이 닿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형력 행사에 대한 예시
• 귀 바로 옆에서 고함을 질러 상대방에게 충격을 준 행위
• 뜨거운 증기나 연기를 상대방 얼굴을 향해 뿜은 행위
• 물건을 상대방 바로 옆에 던져 공포심을 유발한 행위
• 차량을 피해자를 향해 돌진하거나 바짝 붙여 운전한 행위
이러한 행위들은 신체에 직접 닿지 않더라도 이미 대법원 판례를 통해 폭행으로 인정된 바 있습니다.
4. 대법원 2023도5440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은 방식의 물리적인 힘 행사가 형법 제260조의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 화가 나 양손으로 앞에 있던 책상을 피해자 방향으로 뒤집어 엎었습니다. 책상 파편 일부가 피해자쪽으로 튀었고 피해자는 놀라며 위협을 느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시선이 피해자를 향했으며, 파편이 튀고 피해자가 위협을 느꼈다는 점을 근거로 폭행죄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폭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폭행죄에서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고,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피해자의 신체를 향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이상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책상이 뒤집힌 방향은 다른 책상으로 막혀 있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를 놀라게 하거나 위협감을 주었다는 사정만으로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 즉 폭행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무섭고 불쾌한 행동이라도 실제로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형법상 폭행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폭행죄 처벌여부는 행위의 형태만이 아니라 신체에 대한 실제 위험성, 행위의 방향과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게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상대방의 행동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폭행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신체에 대한 현실적 위험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왜 이런 해석이 필요한가요?
비접촉 폭행을 처벌해야 하는 이유는 폭행죄가 보호하는 법익(法益)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폭행죄는 단순히 신체적 상해를 막기 위한 규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이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즉 신체적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완전성 을 보호합니다.
상대방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끼게 할 정도의 물리적 힘이 신체를 향해 행사되었다면, 그 행위가 신체에 닿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의 신체적 자기결정권은 이미 침해된 것입니다.
아래 행위들은 실제로 폭행죄가 문제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첫째,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를 향해 차량을 바짝 붙여 주행하거나, 차를 향해 돌진하여 급제동하는 행위는 신체 접촉 없이도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상대방을 향해 물건을 던졌으나 맞지 않은 경우, 단순한 협박죄가 아니라 폭행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상대방의 귀 바로 옆에서 폭발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거나, 강렬한 빛을 눈에 직접 조사하는 행위도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있습니다.
넷째, 상대방의 진로를 몸으로 막아 이동을 봉쇄하거나, 팔을 뻗어 상대방의 신체 바로 앞에 물리적 장벽을 만드는 행위 역시 폭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6. 마치며
"손을 대지 않았다"는 말은 폭행죄에서 면죄부가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도 신체에 직접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로 법적 구제를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의 행위가 나의 신체를 향한 물리적 힘의 행사였다면, 그것은 충분히 폭행으로 신고하고 고소할 수 있습니다.
분쟁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형사책임을 수반하는지, 또는 피해를 입은 경우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판단이 어렵다면 반드시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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