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01. 28 ] "저인망 · 투망식 기소 안돼" _ 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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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1-29본문
'사기적 부정거래 판례(33선) 평석' 펴낸 박기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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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자신이 대표집필한 저서 <사기적 부정거래 판례(33선) 평석> 옆에 서 있다. <사진=백성현 기자>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 과거에는 이걸 근거로 사기적 부정거래 유죄판결을 많이 했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데 검찰은 아직 이 조문에 기대려 하고요.
불충분하고 포괄적인 규정을 전가의 보도로 쓰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 비판이 책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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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사법연수원 35기) 법무법인 진심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2025년 12월 동료 5명과 <사기적 부정거래 판례(33선) 평석>을 써냈다.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금융범죄 수사로 능력을 보였다. 수수께끼처럼 얽힌 숫자를 풀어내는 일을 좋아한다. 사법시험을 보기 전엔 미국회계사 시험도 준비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1기 수사팀 검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박 변호사를 15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변호사가 지적한 조항은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 사기적 부정거래 규정이다. 조문은 간명하지만 어느 정도가 ‘부정’한지, ‘기교’는 뭔지 구성요건이 불분명하다. 같은 조항 안에는 거짓 기재나 중요표시 누락(제2호), 거짓 시세 이용(제3호), 풍문 유포나 위계 사용(제2항)을 통한 부정거래 등 비교적 구체적인 다른 규정도 있다. 박 변호사는 “이 조항을 만든 취지를 생각하면 법에서 예비하기 힘든 신종사기를 막으려는 장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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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박기태 변호사. <사진=백성현 기자>
검찰이 이 조항을 적용하려는 건 입증 실패에 안전망이 필요해서라고 그는 본다. 안전망도 남용하면 ‘저인망·투망’식 기소가 된다. 부당이득액이 50억 원을 넘는 부정거래에는 무기징역도 선고할 수 있다. 입증 요건은 까다로워야 한다. 단지 번듯하지 못한 방법을 썼다고 기업범죄가 돼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받았다. 경영권 승계을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을 합병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2025년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합병 보도자료를 내거나 기업설명회를 여는 등 모든 범죄사실이 ‘부정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계획 수립이나 내부적 준비행위만으로 자본시장의 공정성,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남용을 막겠다고 해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삭제해야 하는 건 아니다. 법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 예비적 적용을 허용하더라도 조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 포괄적, 추상적 구성요건 탓에 폐지가 논의되는 배임죄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사회 결의에 흠결이 있고 오직 대표자의 사익추구 행동이었다는 등 몇 가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주장할 수 있게 판례가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는 잘못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변호사는 절제된 수사도 강조했다. 서울남부지검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기소율은 2022년 43.8%에서 지난해 20%대로 떨어졌다.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검사를 많이 투입하면 절로 수사가 잘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몇몇 사건에 과도하게 집중하다 실패하면 후과가 크다. 소외된 다른 사건 처리율은 떨어진다. 전국에 설립될 중대범죄수사청도 같은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2022년 김 여사에 대한 1기 수사에는 아쉬움도 있다. 수사팀은 6개월간 수사했다. 외압은 없었다. 김 여사 대면조사만 남겨두고 있었다. 기소 여부 앞에서 고민하던 중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당선됐고 수사팀이 해체됐다. 같은 해 퇴직 때는 후배들을 위해 160쪽 분량의 ‘주가조작 수사 가이드’를 검찰 내부망에 남겼다.
박 변호사는 “이번 출간도 그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 수사를 함께한 현직 후배 검사도 저술에 참여해 뜻깊다. 공동저자인 변호사들과 매주 만나 책을 쓰다 내친 김에 로펌도 합쳤다. 그는 미공개 정보 이용, 공시의무 위반 등 자본시장법의 다른 주요 형사 분야도 책으로 정리해나갈 계획이다.